연휴에 일한 산업역군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10월 벽두의 연휴에 우리는 우리 경제의 앞날을 점치는데 중요한 길잡이가 될 만한 두 가지의 상반되는 단서를 목격하고 불안과 안도의 엇갈리는 느낌에 사로잡히게 된다. 휴일 근무에 나선 근로자들이 그 동안의 생산·수출 차질을 만회하기 위해 값진 구슬땀을 흘리는 동안 전국 관광지는 가을놀이에 나선 수백만의 행락객들로 붐볐다.
이 두 갈래의 현상에서 우리는 기로에 선 우리경제를 번영과 쇠퇴의 방향으로 각각 끌고 가려는 상충되는 사회적 힘을 발견하고 조마조마해지는 초조감마저 떨쳐버릴 수가 없다.
가을 하늘이 맑기는 관광인파나 휴일 근무 근로자들에게 다를 리 없고, 지친 몸을 잠시 쉬고 싶기는 모든 생활인들에게 똑같이 절실한 것이다.
연휴의 가을나들이를 마다하고 생산현장에 선뜻 나선 근로자들에게 격려와 찬사를 보내고 싶은 것은 비단 이 때문만은 아니다.
최근 2, 3년간 격화되어온 노사분규 과정에서 일부 근로자들의 과도한 요구와 격렬한 행동이 국민들의 걱정거리가 되었고 극단적인 경우에는 근로자들이 기업의 생존여부를 아랑곳하지 않는다는 혹평까지 있었던 만큼 그들의 자발적 휴일근무는 국민들의 걱정과 오해를 불식시키는데 더없이 효과적인 실천적 증거를 제공해준 셈이다.
다툴 때는 다투지만 회사를 건지기 위해 필요하다면 휴일근무도 불사한다는 의지의 재확인이야말로 어두운 경제전망에 짓눌려 있는 국민들에게 한 가닥 희망을 안겨주기에 족한 것이다.
모처럼의 반가운 선물처럼 전해진 이 소식이 앞으로 근면과 분발의 사회적 기운을 고양시키는 각성제가 될 것을 간절히 바라면서 우리사회에 만연한 때 이른 축제 분위기를 가라앉히기 위한 자생의 계기로 삼을 것을 제언하고 싶다.
근로자들의 휴일근무 기사와 나란히 2일자 중앙일보에 보도된 금년도 2·4분기 가계지출 명세는 그 동안 단편적으로 논의돼온 과소비 열풍의 실체를 샅샅이 밝히고 있다.
고급 내구 소비재, 자동차 구입, 사교비, 외식비가 엄청나게 불어났고 벌이보다 씀씀이가 앞질러 늘어났다는 기사내용에서 우리 모두가 일보다는 놀기에 치우쳐 있었다는 충격적인 사실을 새삼 확인하게 된다.
축제의 올림픽을 포함하여 이를 계기로 한층 팽배해진 축제분위기의 일상화로 말미암아 이대로 가다가는 6공화국은 가위 「섣부른 축제의 공화국시대」로 기록되기에 알맞다는 생각마저 든다.
가계지출의 증가는 한편으로는 국민소비생활의 향상이라든가 수출침체기에 소비활성화가 미친 경기진작효과, 그리고 근로의욕의 자극과 같은 긍정적 측면을 지니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미 외국의 매스컴까지 경멸을 담아 지적할 정도로 경제적 어려움이 산적해있는 현실을 감안하면 아직은 소비보다 저축이 미덕이어야 한다. 한푼이라도 덜 쓰고 한 시간이라도 더 많이 일하는 고통의 감내 밖에 달리 묘책이 없는 것이 오늘 우리의 경제적 고민이기 때문이다.
너무 이르게 전도돼 버린 근로와 유락의 선후 관계를 바로잡기 위해서는 일부 기업의 근로자들에게서 발견된 희망적인 싹을 소중히 가꿔나가야 한다. 뻔한 이치지만 이 일에서조차도 윗자리에 있거나 좀 나은 계층이 그들의 수범을 말로써가 아니라 몇 배의 비지땀으로 해 보임으로써 사회 총체적인 극적 심기일전의 계기를 만들어야 할 것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