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한·미 연합사 해체' 논의할 때 아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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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버웰 벨 한미연합사령관이 "한.미가 전쟁지휘 통제능력을 가진 독자 사령부를 구성하기 전까지 연합사 해체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혔다. 평시에 이어 전시 작전통제권마저 한국군으로 이양되면 연합사 해체는 불가피하다. 따라서 벨 사령관의 발언은 유사시 한국이 '전쟁지휘 통제능력'을 제대로 갖추는 게 작전통제권 회수에 앞서 시급하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그동안 벨 사령관은 한국군의 전시 작전통제권 환수와 한미연합사와의 연관성에 대해 직접적인 언급은 하지 않았다. 다만 그가 '한.미군의 독자 사령부 창설'과 '미군의 지원 역할'을 분명히 함에 따라 연합사 해체도 기정사실화됐다. 따라서 그가 '연합사 존속'을 거론한 것은 전시 작전통제권의 한국군 단독 행사를 위한 '한국군의 능력이 아직은 미흡하다'는 의중을 드러낸 것이다.

그럼에도 이 정부는 지금까지 '몇 년 내 환수'만 외쳐 왔다. 그것도 고무줄 식으로 왔다 갔다 하다가 최근엔 2010~2012년께라고 한다. 그러나 전시 작전통제권을 이양받기 위해 필수불가결한 전력 확보 대책은 그야말로 막연하기 짝이 없었다. 무슨 재원을 어떻게 마련하겠다는 구체적 청사진은 없이 '협력적 자주국방'이니 하며 추상적 말잔치만 해 온 것이다.

150여조원을 들여 내년부터 2011년까지 추진되는 국방중기 5개년 계획이 완료되면 자주국방의 기반 조성이 가능하다는 국방부 발표도 마찬가지다. 5년 사이에 60%가 느는 국방 총예산 마련도 막연하다. 특히 전쟁 수행에 가장 핵심적인 대북 정찰 감시능력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지는 더욱 의문스럽다. 지난해에 착수할 예정이었던 조기경보통제기는 아직 선정조차 못하고 있다. 무인정찰기도 2016년에야 가능하다.

국방부 장관이 어제 전시 작전통제권 환수에 대해 "확실한 시기는 없다"고 말했다. 맞는 말이다. '몇 년 내 환수'라는 레토릭은 더 이상 하지 말라. 특히 벨 사령관의 언급에도 불구하고 '한미연합사 해체'로 논의를 끌고 가서는 결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