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적 대표 "낙관적 분위기"-남북 적십자회담 스케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27일 판문점에서 열린 남북적십자 실무대표 접촉에서 양측 대표들은 자리를 잡자 마자 반갑게 악수를 나누며 날씨 얘기로 대화를 시작.
송영대 우리측 대표는 『적십자회담이 오랜 우기에서 못 벗어난 것처럼 오늘도 비가 내리고 있다』며 『빨리 햇볕이 쬐는 청명한 분위기를 만들자』고 인사.
송 대표는 『지난 추석 때 이산가족들이 성묘를 못해 적십자인으로서 죄책감을 느낀다』며 『90년대에는 이산가족의· 자유로운 왕래를 해줘 혈연공동체를 회복할 수 있도록 여기서 결실을 맺어보자』고 제의.
○…양측 대표들은 회의공개여부를 놓고 한때 논란을 벌여 회담진행이 초반부터 난항을 겪는 듯. 했으나 이번 회의만 공개로 하고 다음 접촉부터는 비공개로 하기로 합의하고 회담을 진행.
우리측 송 대표가 먼저 『실무접촉 운영을 효율적으로 하기 위해 비공개진행이 어떠냐』고 제의했으나 북측의 박 대표는 『적십자회담을 언제 골방에서 했느냐』며 4년만에 열린 회담인 만큼 이산가족과 친척들의 관심이 큰 회의내용을 알려 주는게 좋다고 공개를 주장.
이에 우리측 송 대표는 『우리끼리 진지하게 토론, 결론을 내서 발표하면 좋지 않느냐』면서 과거에도 비공개로 열어왔던 사례를 제시하여 결국 다음 접족 때부터 비공개로 진행키로 합의.
○…이날 접촉은 정작주의제와는 관계없는 문익환 목사·임수경양·문규현 신부 밀입북사건얘기로 회담시간 대부분을 소비.
북측의 박 대표는 『문 목사·임양·문 신부 문제는 남북대화 및 관계를 악화시키고 있으므로 적십자는 이 문제·해결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주장.
이에 우리측 송 대표는 『이 문제는 회담 외적인 문제』라고 못박고 『이를 집중 거론하는 귀측의 회담자세를 의심치 않을 수 없다』고 반박.
송 대표는 『귀측도 헌법과 형법에 조국· 민족을 배반한 자는 엄벌에 처한다고 돼있는데 귀측의 학생이 허가없이 남한에 다녀갔을 때 처벌 않겠느냐』고 역공세.
낮 12시 정각이 되자 북측은 『귀측이 돌아가서 이 문제를 해결할 것으로 이해하고 다음 문제로 넘어가겠다』고 10월6일의 2차 실무접촉에서도 다시 들고나올 것임을 시사.
○…이날 비가 계속 내리자 남북기자들은 우산을 함께 쓰고 회담의 전망 및 문 목사·임양사건, 한국의 북방정책에 관해 의견을 교환.
북한기자들은 문 목사·임양 사건에 상당한 관심을 표명, 『이들이 어떻게 처리될 것 같은가』 『계속 잡아둘 것인가』라고 질문.
이들은 임양에 대해 『통일에 장애가 되는 미국을 나쁘다고 한 것이 왜 죄가 되느냐』면서 『미군이 당장 철수하면 안된다고 생각하느냐』고 북한측 입장을 대변.
또 한국의 북방정책에 대해 『성공할 것 같으냐』며 『현재 소련이나 동구에서는 개방·개혁에 반대하는 분위기가 대단히 높다』고 주장.
○…북측의 박 대표는 접촉이 끝난 뒤 판문각 앞에서 50여명의 남북기자들에게 회담성과에 대한 북측 입장을 실명.
박 대표는 『상당히 낙관적인 분위기였고 고향방문단은 꼭 실현되어야하며 실현되리라 생각한다』며 『고향방문단은 남북간의 대결국면을 완화국면으로 전환시키는 계기가 될 것』 이라고 설명.
박 대표는 자신들이 제시한 고향방문단 취재기자단의 규모가 30명으로 너무 적지 않느냐는 질문에 『지난번 고향 방문때 남북간 화해를 도모해야할 기자들이 남북대결을 조장시켰기 때문에 30명이 적절하다고 본다』고 대답.
박 대표는 10월6일 열리는 2차 접촉 때에도 문 목사·임양 문제를 다시 거론하겠느냐는 질문에 『2차 회담 얘기를 지금 하는 것은 때가 이른 것 같다』고 회피. 【판문점=김두우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