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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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바람이 몹시 세게 부는 날이었다. 소년 뉴턴은 아무 말도 없이 밖으로 뛰어나갔다. 평소 엉뚱한 짓을 잘하는 뉴턴이기는 했지만 그의 어머니는 아무래도 이상해 밖을 내다보았다.
뉴턴은 바람을 등에 지고 미친 듯이 달려가고 있었다. 얼마 뒤 그는 다시 바람을 가슴에 안고 맹렬히 달려왔다.
뉴턴은 바람의 힘을 계산하는 법을 알아내기 위해 바람 부는 날을 기다렸다가 그런 실험을 해본 것이다. 바람을 탈 때와 거스를 때의 거리차이를 재어 보고 그는 바람의 힘을 측정해 냈다.
곤충의 아버지로 불리는 JH 파브르는 농가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을 내내 가난과 벗하고 보냈다. 책을 읽는 것은 그에겐 사치였다. 파브르는 차라리 그 주위의 자연을 책 삼아 공부했다. 공부라야 자연관찰이 전부였다. 하늘을 쳐다보며 사람은 어떻게 빛을 느낄 수 있을 까를 궁리했고, 연못 속을 들여다보며 곤충들의 생태를 관찰했다.
19세에 공립학교 분교 교사가 된 그는 출세 따위와는 담을 쌓고 여전히 곤충을 들여다보는 일을 계속했다. 그의 명저『곤충기』는 무슨 대단한 실험의 결과를 기록한 책이 아니다. 하나에서 열까지 오로지 관찰, 관찰의 결과를 모아 체계 있게 정리한 것이다. 한가지 그에게 행운이 있었다면 그의 시적인 재능이 그 책을 한층 재미있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기관차의 동력원리를 발명한 와트 역시 지지리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나 공부도 변변히 못했다. 어린 시절 엔 난로 위의 쇠 주전자 뚜껑이 달그락대는 것이나 흥미 있게 들여다보고 있었다. 하루는 그의 숙모가 와트를 딱하게 보고 『주전자 뚜껑에서 무엇이 생긴다 더냐?』는 핀잔을 주기도 했다.
위대한 과학자들의 어린 시절은 이처럼 괴짜들 아니면, 어른들이 이해할 수 없는 버릇들과 호기심으로 점철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그것이 나중에 영감과 장지로 빛을 내, 결국 위대한 발견과 발명을 낳았다.
해마다 열리는 전국과학전람회는 소년과학도들의 깜찍한 실험과 발견들을 보여주고 있다. 올해는 12, 13세 소년형제의「냉동시킨 동물은 소생할까」하는 주제의 실험이 대통령상을 받았다. 문제는 이들 소년과학도들의 꿈과 열정이 앞으로 얼마나 지속될까 하는 것이다. 우리사회도 상만 줄 것이 아니라 이들의 포부를 살려줄 수 있는 지속적인 관심을 가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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