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는 땅콩 한재순… 실업 → 대학 → 실업 경력도 매우 독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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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여자프로농구 삼성생명은 20일 여름리그 챔피언결정전 첫 경기에서 국민은행 가드 한재순(1m65㎝.(左)) 때문에 고전했다. 정선민.신정자.곽주영 등 국민은행의 포워드들을 모두 10점 이하로 묶었는데 한재순에게 13점을 줬다. 다람쥐처럼 코트를 누비는 한재순의 플레이에 관중이 열광했다. "키도 작은 선수가 참 잘하네."

국민은행의 홈인 천안에서도 한재순은 알려진 스타가 아니다. 하지만 활약이 계속된다면, 간판이 될지도 모른다. 한재순은 무명의 설움에 굴하지 않고 꿋꿋이 살아남았고, 꾸준히 미래를 준비하는 선수다. 경력이 재미있다. 1997년 대전여상을 졸업하고 국민은행에 입단했다가 1년 만에 유니폼을 벗었다. 외환위기로 여자농구팀이 13개에서 6개로 줄어들었을 때다. 2000년 용인대에 입학, 농구를 계속하다 2004년 3월 국민은행에 재입단했다. 국민은행 가드 김지윤이 금호생명으로 이적하면서 자리가 비었다. 빛을 보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여름리그부터. 이문규 전 감독이 "재치가 있다"며 출전 기회를 많이 줬다. 부지런한 선수다. 운동하면서도 공부를 계속해 내년 2월엔 용인대 대학원을 졸업한다. 갑자기 은퇴하지만 않으면 첫 석사선수가 될 것이다.

허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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