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하·박노해씨 집중 조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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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부패귄력과 지배이데올로기에 저항하며 각기 70·80년대 민중시를 대표해온 시인 김지하·박노해씨에 대한 연구가 집중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최근 간행된 계간『작가세계』가을호가 김재홍씨 등 경론가 6명의 금씨에 대한 평론을 모아「김지하 특집」을 꾸몄고 월간『노동해방문학』9월호는 평론가 조정환씨의「<노동의 새벽>과 박노해 시의 변모를 둘러싼 쟁점비판」이란 기획평론을 싣는 등 80년대를 마감하며김·박 양씨가 집중 조명되고 있다.
김지하씨의 전 작품을 분석한「반역의 정신과 인간해방의 사상」에서 김재홍씨는『김씨는 특히 민중적 정신을 민족적 양식으로 통합하여 민중적 리얼리즘의 가능성을 개척하고 이것을 사랑의 철학, 경하와 생명의 사상으로 이끌어 올린 공적이야말로 가위 혁혁하다』며 이른바「생명사상」에 의한 서정시로의 회귀를 높이 샀다.
이 같은「생명사상」에서「민중」이란 개념은 계층적·배타적 개념이 아니라 모든 계층을 포괄하는 중생개념이다. 바로 이 포괄 개념으로서의 김지하의 민중관에 옹호와 비판이 맞물리고 있다.
시인 김남주씨나 조정환씨는 이러한 김씨의 민중개념을 과학적 세계관이 없는 주관주의, 혹은 낡은 서정세계로의 회귀라고 비판하고 있다.
한편 조정환씨는 84년 본격적 노동문학시대를 열며 간행된 박노해의『노동의 새벽』이『노동자계급 생활을 노동자계급 입장에서 형상화시켜 노동자계급 문학의 가능성을 최초로,본격적으로 보여주었다』며『투쟁으로 나서는 노동자의 전형성』을 제시한 점을 높이 사고 있다. 그러나「투쟁으로 나서는 노동자의 전형성」이 문제 돼 박씨는 일부 온건민중문학진영으로부터 호된 비판을 받아왔었다.
문학평론가 김명인씨는『현 단계에서 선진적 노동자에게서 대표적 전형을 구하는 것은 좌익모험주의·좌익기회주의·전위주의』라고 비판을 가했다.
70년대 저항시의 최전선에서 80년대 서정시로 회귀한 김지하, 70년대 김지하를 이어받아 급진문학의 최전선에서 수배를 피해 얼굴을 감춘 시인 박노해. 이들에 대한 본격적인 평가작업은 80년대 문단의 최대 쟁점이 될 것 같다.<이경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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