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현 "왜 날 못믿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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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쉬운 출격이었다.

'핵잠수함'김병현(24.보스턴 레드삭스)이 2일(한국시간) 오클랜드 네트워크 어소시에이츠에서 열린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와의 디비전시리즈(5전3승제) 1차전 원정경기에서 9회 말에 등판, 3분의2이닝 동안 1실점하며 승패 없이 마운드를 내려갔다.

레드삭스는 '강한 창과 무른 방패'를 지닌 팀이다. 막강한 팀 타력에 비해 선발 투수진이 약하다. 그나마 듬직한 선발 투수는 에이스인 페드로 마르티네스 정도다. 레드삭스로선 1차전을 결코 포기할 수 없는 처지였다. 상대는 막강 투수진을 자랑하는 오클랜드. 레드삭스는 마르티네스가 마운드에 오르는 1차전에서 기선을 제압해야 했다.

예상대로 마르티네스는 시즌 최다 투구(1백30개)를 기록하며 쾌투했다. 7이닝 동안 6안타.3삼진.3실점하며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3실점 이하)도 달성했다.

팀 방망이도 폭발했다. 레드삭스는 홈런으로 4득점했다. 특히 3번타자 토드 워커는 1회초 솔로포에 이어 7회초에는 2사 1루에서 오른쪽 담장을 훌쩍 넘기는 2점짜리 홈런을 쏘아올렸다. 제이슨 배리텍도 5회초 솔로포를 터뜨리며 점수를 보탰다.

김병현은 팀이 4-3으로 앞선 9회말 마운드에 올랐다. 출발은 좋았다. 첫 타자 라몬 헤르난데스에게 연거푸 스트라이크 2개를 잡은 뒤 플라이아웃을 뽑아냈다. 문제는 두번째 타자부터였다. 8번타자 빌리 맥밀런과 마주한 김병현은 갑작스레 제구력 난조를 보이며 4개 연속 볼을 던졌다. 생각처럼 공이 안 꽂히는지 김병현의 표정이 다소 일그러졌다.

세번째 타자 크리스 싱글턴에게 허용한 몸맞는공도 아쉬웠다. 몸쪽에 공이 붙자 싱글턴의 방망이가 돌아가던 참이었다. 그런데 공이 스윙을 하던 타자의 팔에 맞았다. 주심은 '헛스윙'에 대한 3루심의 의견을 묻지도 않은 채 '몸맞는공'을 선언했다. 코칭스태프가 항의했으나 이미 '던져진 주사위'였다.

이를 악문 김병현은 1번타자 마크 엘리스를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2사 1, 2루였다. 그런데 왼손타자 에루비엘 두라조가 타석에 서자 김병현은 마운드를 내려와야 했다. 대신 왼손투수 앨런 엠브리가 마운드에 올랐다. 그러나 엠브리는 두라조에게 적시타를 허용하며 2루 주자가 홈을 밟게 했다. 김병현이 1실점하는 대목이었다.

레드삭스는 3차전 선발투수로 예정된 데릭 로까지 마무리로 투입하며 총력전을 펼쳤다. 그러나 연장 12회말 5-4로 역전패하고 말았다. 한편 디비전시리즈 2차전에서는 애틀랜타 브레이브스가 시카고 컵스를 5-3으로, 플로리다 말린스가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를 9-5로 꺾어 양팀 모두 1차전에서의 패배를 설욕했다.

백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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