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해 농약 수입금지 서둘러야|86년 27종서 올 45종으로 늘어 시민의 모임 조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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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자몽에서 발암성농약 알라의 검출여부가 논란이 된데 이어 국내농약 10여종의 원료로 쓰이는 EBDC가 알라보다 발암성이 45배 이상 높은 물질로 알려지면서 농약피해에 대한 국민의 관심이 어느 때 보다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이들 농약은「드러난 일부」에 불과하며 기형아나 암을 유발시킬 수 있는 수많은 유해성 농약이 버젓이 유통되면서 국민건강을 위협하고 있다.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돌연변이 유발 등의 이유로 위해성 농약으로 분류, 외국에서 사용규제 된 농약가운데 국내에서 시판되고있는 농약종류가 줄어들기는커녕 오히려 늘고 있다는 점이다.
소비자문제를 연구하는 시민의 모임 측이 국제연합자료를 기초로 86년부터 조사한 바에 따르면 국내 위해성 농약 종류는 86년 27종, 88년 40종에서 금년에는 45종으로 추산된다는 것. 문제농약이 증가하고 있는 이유는 이들에 대한 규제속도가 국내보다 외국에서 훨씬 빠르게 진행되기 때문이다.
정부는 69년부터 작년까지 DDT·헵타크롤 등 24가지 농약을 사용금지 시키고 올 들어 마네브·B9(알라)등 8개 농약을 발암성 등의 이유로 금지시켰다.
그러나 정부는 지금까지 사용금지대상을 국내외에 크게 여론화 된 것에만 국한시키는 등 「등 떠밀면 마지못해 하는 식」의 소극적 자세만 보여왔다.
시민의 모임 강광파 이사는『그 동안 정부는 자료가 없다는 이유를 들어 위해 농약의 사용규제에 미온적 자세로 일관해 왔다』며『소비자와 환경오염을 고려한다면 이들에 대한 수입을 금지시키고 회수에 나서야할 것』이라고 밝혔다.
위해 농약이 개발도상국에서 공공연히 유통되고 있는데는 선진국 다국적기업들의 무분별한 이윤추구 생리가 크게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일본 등 선진국은 우리 나라를 포함, 개도국들이 농약원료의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점을 이용, 자국에서 사용금지 된 농약을. 규제가 허술한 개도국들에 마구 수출하고 있는 실정이다.
세계보건기구 등에 따르면 매년 1백만명의 농약중독자가 발생, 이중 10%정도가 사망하는데 사망자의 90%정도가 개도국 사람이라는 것. 국내에서도 연간 1백명 이상이 농약중독(자살 제외)으로 사망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한편 농약의 대부분은 인체에 들어오면 우선적으로 신경계에 침투, 신경전도에 관여하는 효소의 작용을 저해시켜 신경을 과도하게 자극한다. 중추신경이 자극되면 현기증·발열·언어장애를, 척수신경이 자극되면 근육경련을 일으킨다.
하지만 위해 농약이 무서운 점은 이들 증상 외에 인체에 축적돼 암·기형아·생식기능장애 등을 유발시킨다는 것.
살균제인 캡탄·캡타폴, 제초제인 파라콰트·옥시플루오덴, 살충제인 아미트라츠·디메소에이트, 성장조절제인 2·4·5-T등이 외국에서 암 등을 유발하는 위해 농약으로 분류돼 사용금지 됐지만 국내에서 유통되고 있는 농약들이다.
한편 농경지·과수원 등에 문제농약이 사용될 때 농민 등 1차농약 취급자가 피해를 봄은 물론 이들이 폐수로 방출돼 식수원을 오염시키면 식수에 대한 농약잔류기준도 마련돼 있지 못한 우리의 실정을 감안할 때 심각한 사태를 초래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최근 들어 규제가 소홀한 골프장에서는 마구잡이로 문제농약을 살포하는 것으로 알려져 새로운 오염원으로 등장하고 있다.
또 과일 등 식품의 잔류농약도 소비자를 위협하고 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 김택제 박사는『알라파동에서 보는바와 같이 국내에는 잔류농약 분석 체계조차 마련돼 있지 않다』며 분석방법의 수립을 통해 정기적인 농산물 검사를 시행해야할 것이라 밝혔다.<이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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