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여자축구 무섭죠, 밥먹고 공만 차요"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8면

16일부터 호주 아들레이드에서 여자축구 아시안컵 대회가 열리고 있다. 내년 베이징 여자월드컵 예선을 겸한 이 대회에는 한국과 북한 등 9개국이 참가하고 있다. 그런데 북한 심판들과 같이 앉아 식사를 하고 있는 서양 사람이 눈에 띄었다. 정확한 우리말을 구사하며 북한 축구에 대해 매우 잘 알고 있었다. 그녀의 이름은 브리기테 와이스(Brigitte Weich). 오스트리아 출신의 영화제작자로 북한 여자축구에 관한 다큐멘터리 영화를 만들고 있었다.

-어떻게 북한 여자축구에 관심을 갖게 됐나.

"2002년 9월에 '평양 국제영화제' 에 참석했다가 영국 영화사가 제작한 'The Game of the lines'를 봤다. 1966년 잉글랜드 월드컵에서 북한이 이탈리아를 누른 기적의 사건을 다룬 영화였다. 그때까지도 난 축구에 전혀 관심이 없었다. 그러나 이 영화가 준 충격은 상당히 컸다. 평양에서 영국 영화 관계자들과 대화를 나누던 중 가까운 미래에 북한 여자축구팀이 또 다른 기적을 만들 수 있을 거라는 말을 듣고 관심을 갖게 됐다. 2003년 태국 방콕에서 열린 아시아 여자 선수권 대회부터 북한의 경기를 따라다니며 촬영하고 있다."

-가장 인상에 남은 경기는.

"2004년 아테네 올림픽 예선에서 패한 경기이다. 그때까지만 해도 아시아에서 북한 여자축구가 진다는 것은 상상할 수가 없었다. 당연히 올림픽에 출전한다고 생각했으니까. 하지만 히로시마에서 일본에 0-3으로 지는 것을 보고 정말 축구는 모르는 거구나 라는 생각을 했다."

-북한 여자 축구가 왜 강하다고 생각하는가.

"사실 그건 나도 지금까지 명확한 답을 얻지 못한 부분이다. 평양에서는 물론이고 국제 대회에 나갔을 때 그들의 훈련 모습을 카메라에 많이 담았다. 하지만 다른 나라들과 특별히 다른 점은 찾을 수 없었다. 다만 축구를 누구보다 진지하게 대하는 것 같다. 대부분 여자축구 강국의 선수들도 축구만 하는 경우가 드물다. 축구를 하면서도 생계에 신경을 쓸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그러나 북한 선수들은 국가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으며 경제적인 부담이 전혀 없이 훈련을 한다. 이것이 큰 강점이라 본다."

-현재 만들고 있는 영화의 초점과 줄거리는.

"이 영화는 전통적으로 남성의 영역이라고 생각되는 축구의 세계에서 여성들이 어떻게 선수로서 살아가는지, 그들의 과거.현재.미래를 조명해 보는 것이 목적이다. 현재 4~5명의 선수를 중심으로 촬영을 하고 있고 마무리 단계에 있다."

아들레이드=홍은아 통신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