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반도체 매출 8개월째 감소… 불황 언제 끝나나

중앙일보

입력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딜라이트에 전시돼 있는 반도체웨이퍼. [뉴스1]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딜라이트에 전시돼 있는 반도체웨이퍼. [뉴스1]

세계 반도체 시장의 침체가 끝이 보이지 않고 있다. 지난 연말부터 시작된 매출 감소가 8개월째 지속되고 있다. 반도체 시장 침체는 국내 수출에도 직격탄이 되고 있다. 반도체는 지난해 전체 수출(6054억 달러)의 20.9%(1267억 달러)를 차지했다. 반도체의 선전으로 지난해 처음 6000억 달러 고지를 넘었던 수출도 올해는 반도체가 부진에 빠지며 전망이 불투명해졌다.

세계 반도체 매출액 지난해보다 16% 줄어

국제반도체무역통계기구(WSTS)는 2일 "지난 8월 세계 반도체 매출액이 342억 달러(약 41조원)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무려 15.9% 줄어든 것으로 올해 1월부터 8개월 연속 감소세를 기록한 것이다. WSTS에 따르면 올해 1월 반도체 매출액은 약 355억 달러로 2018년 1월과 비교해 5.7% 줄었다. 특히 6월부터는 전년 대비 감소 폭이 더 커져 15%를 웃돌고 있다.

올해 들어 세계 반도체 시장이 더 급속히 쪼그라든 결정적 이유는 2017~2018년 폭발적인 성장을 보였던 메모리 시장의 침체다. 우선 페이스북이나 아마존, 애플 같은 글로벌 IT기업들의 데이터 서버 투자가 급감했다. 또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 같은 모바일 기기의 판매가 정체되거나 줄고 있는 게 원인이다. 이에 따라 연초만 해도 6달러 선이었던 D램(DDR4 8Gb 기준)의 기업 간 계약 가격(고정거래 가격)이 지난달엔 2.94달러까지 50% 이상 폭락했다. 이처럼 D램 판매가가 연초 대비 절반 수준으로 꺾이면서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등은 지난해와 비슷한 물량을 팔아도 수익성이 나빠지고 있다.

이런 반도체 시장 불황은 우리의 수출 감소로 직결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 9월 반도체 수출액은 85억700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31.5% 감소했다. 지난해 반도체 수출액은 1267억 달러로 전년 대비 29.4% 증가하며 단일 품목 사상 최대 기록을 작성했다. 하지만 반도체 불황이 계속되면서 지난해 12월 월간 반도체 수출액이 89억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8.4% 감소했고, 이후 9월까지 10개월 연속 감소세가 계속되고 있다.

메모리반도체 가격추이. [자료 D램익스체인지]

메모리반도체 가격추이. [자료 D램익스체인지]

올해 마지막 남은 4분기의 반도체 경기 전망 역시 불투명하다. 미·중 무역분쟁, 영국의 브렉시트, 미국의 탄핵 정국 돌입 등으로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높다. 여기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일본발 수출 규제로 업황 불확실성에 시달리고 있다.

낸드플래시는 5분기 가격 반등 가능성 

다만 미국의 디즈니나 애플이 대규모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수요에 맞춰 데이터 센터 투자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또 중국이 대대적인 5G(세대 이동통신) 투자를 감행하면서 스마트폰 수요가 늘고 있고, PC 수요도 살아날 조짐을 보이는 점은 메모리 시장엔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수빈 대신증권 애널리스트는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등이 데이터 서버용 D램 재고를 아직도 많이 갖고 있다"며 "4분기에도 반도체 수요가 완전히 회복될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도현우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 역시 "D램 시장의 공급 과잉 상황은 4분기에도 계속될 것"이라며 "다만 낸드플래시는 가격은 조금씩 오르고 있어 낸드 매출 비중이 높은 업체는 4분기 실적이 괜찮을 수 있다"고 말했다.

장정훈 기자 cc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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