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대통령 국회연설 요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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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헌법이 대통령에게 부여하고 있는 엄숙한 의무에 따라 저는 남북이 자주·평화·민주의 3원칙을 바탕으로 남북연합의 중간과정을 거쳐 통일민주 공화국을 실현하는 「한민족공동체통일방안」을 밝히고자 한다.
통일된 우리의 조국은 민족구성원 모두가 주인이 되는 하나의 민족공동체로서 각자의 자유와 인권과 행복이 보장되는 민주국가·단일국가여야 한다.
민족공동체를 올바로 회복·발전시키는 일이야말로 통일을 앞당기는 길이다.
통일로 가는 중간단계로서 먼저 남과 북은 서로 다른 두 체제가 존재하고 있다는 현실을 바탕으로 서로가 서로를 인정하고 공존 공영하면서 민족사회의 동질화와 통합을 촉진해나가야 한다.
이와 같이 사회·문화·경제적 공동체를 이루어나가면서 남북 간에 존재하는 각종 문제를 해결해간다면 정치적 통합의 여건은 성숙될 것이다.
통일을 촉진할 이 과정을 제도화하기 위해 쌍방이 합의하는 헌장에 따라 남북이 연합하는 기구를 설치하는 것이 필요하며 이것은 완전한 통일국가로 가는 중간과정의 과도적 통일체제라 할 수 있다.
남북연합은 최고결정기구로 남북정상 회의를 두고 쌍방 정부대표로 구성되는 남북각료 회의와 남북국회의원으로 구성되는 남북평의회를 설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각료회의와 평의회의 업무를 지원하고 합의사항 이행 등 실무를 위해 공동사무처를 두고 서울과 평양에 상주연락대표를 파견할 수 있을 것이다.
공동사무처를 비롯한 남북연합의 기구와 시설을 비무장지대 안에 평화구역을 만들어 설치하고, 이 평화구역을 점차 「통일평화시」로 발전시켜 나가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남북각료 회의는 남북의 총리를 공동의장으로 하여 각 10명 내외의 각료 급 위원으로 구성하고 그 안에 인도, 정치·외교, 경제, 군사, 사회·문화분야 등의 상임위원회를 둘 수 있을 것이다.
남북각료 회의는 남북 간의 모든 현안과 민족문제를 협의·조정하며 상임위는 군사적 신뢰구축과 군비통제를 실현시키며 휴전협정 체제를 평화체제로 바꿔나가는 등의 업무를 수행할 수 있다.
남북평의회는 1백 명 내외로 쌍방을 대표하는 동 수의 남북국회의원으로 구성하되 통일헌법의 기초와 통일을 실현할 방법과 구체적 절차를 마련하고 남북각료 회의의 자문에 응할 수 있을 것이다.
평의회는 통일헌법의 기초과정에서 통일국가의 정치이념·국호·국가형태 등을 논의하고 대내외 정책의 기본방향이나 정부형태는 물론 국회구성을 위한 총선거의 방법·시기·절차 등을 토의해야 한다.
통일헌법 초안이 마련되면 민주적 방법과 절차를 거쳐 확정, 공포하고 이 헌법이 정하는바에 따라 총선거를 실시하여 통일국회와 통일정부를 구성할 수 있다.
통일조국의 국회는 지역대표성에 입각한 상원과 국민대표성에 입각한 하원으로 구성되는 양원제로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저는 남북정상 회담이 가능한 한 빨리 열려 본격적인 남북협력과 통일의 시대를 열 헌장에 합의하는 노력이 이루어지기를 희망한다.
이 헌장에서는 평화와 통일을 위한 기본방안, 상호 불가침에 관한 사항, 통일의 중간단계로 남북이 연합하는 기구의 설치와 운영에 관한 포괄적인 합의가 담겨질 수 있을 것이다.
분단 45년이 되는 내년 8월15일까지는 남북이 평화와 통일로 나아가는 돌파구를 열어야겠다.
다른 민족의 지배아래서도 민족공동체를 지켜왔던 우리가 분단의 벽을 넘어 수 천년 이어온 공동체의 삶을 회복하지 못할 이유는 없다.
저는 민족의 화해를 실현하기 위해 북한이 북한동포에게 자유와 인권을 보장하도록 강력히 촉구한다. 그들이 이 같은 조처를 취하지 않고는 개방의 길로 나설 수도 없고, 우리와 교류·협력·연합하여 민족공동체에 합류하기도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이다.
북한은 말로만 평화통일을 외칠 것이 아니라 적화통일 노선을 실질적으로 포기해야한다.
오늘 온 겨레의 염원을 담은 통일방안을 밝히면서 통일의 빛나는 그 날을 여러분과 함께, 7천만동포 모두와 함께 힘차게 열어갈 것을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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