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가에 비리관련 갖가지 소문 무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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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재산등록 기피인물 눈총>
○…정부가 공직자·정치인등의 비리를 내사한다는 보고에 이어 민주당 박재규 의원이 수뇌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정가에는 비리와 관련한 갖가지 소문들이 난무.
여권의 한 관계자는 『특별히 지탄을 받고 있는 10여명에 대해서는 확실한 증거까지 확보했다는 정보가 있다』고 했는데 한 고위당국자는 『공직자 재산등록을 기피한 인사들을 잘 살펴보면 답을 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의미 있게 암시.
다른 관계자는 『지난해 청문회 과정에서 일부 야당의원들이 금품을 수수했다는 소문과 관련, 내사가 있는 것으로 안다』면서 『야당의원 중 일부는 노골적으로 손을 벌린다는 기업 쪽의 푸념이 있는 만큼 철저한 조사가 불가피하다』고 말해 정치인 비리와 관련하여 계속 내사가 진행될 것임을 시사.

<단순형사 사건 애써 강조>
○…민정당은 민주당 박재규 의원 수뇌사건이 혹시 야당탄압의 오해를 살 우려가 있기 때문인지 순수한 형사사건임을 강조하면서 입 조심.
특히 김영삼 총재의 대통령 탄핵소추 주장이 나온 직후여서 더욱 조심하고 있는데 민정당의 이춘구 사무총장은 『비서관의 고발사건이라 검찰도 어쩔 수 없었을 것』이라고 설명.
이 총장은 또 『여당의원에게는 부탁을 해오면서 「안 들어주면 앞으로 협조 않겠다」는 압력을 가하는데 야당의원들에게는 돈을 잘 주는 모양』이라고 쓴웃음.
이한동 총무는 『차제에 의원 윤리헌장을 만들어야 하지 않겠느냐』는 기자들의 지적에 『윤리헌장을 만들고 청렴 선언을 한다고 해서 안 일어 날 일이냐』며 『원래 협회의 것은 밥 한끼도 먹어서는 안 된다는 얘기도 있다』고 조크.

<손길 어디까지 갈까 불안>
○…평민당 의원들은 박재규 민주당의원 수뢰수사에 대해 지난번 서경원 의원사건 때 민주당이 못 본체 외면했던 탓인지 속으론 『당신들도 당해봐라』는 심정이나 검찰 내사의 손길이 어디까지 미칠지 몰라 주변을 챙기는 등 경계.
이상수 대변인은『5공 청산에 매진해야할 국정감사를 앞두고 야권 전체를 위해서도 이런 일이 터진 것은 심히 불행한 일』이라고 일단 조심스런 논평.
김대중 총재는 『사실이 아니길 바라며 이 문제가 권력층에 악용될 가능성을 우려한다』 는 얘기를 했다고 측근이 전언.
한 의원은 『서 의원 사건 때 성역 없는 수사를 외쳤던 민주당이라 내심 고소하다는 기분도 없지 않다』면서 『그러나 국감을 앞둔 데다 검찰이 혐의사실을 사전에 흘리는 게 공안사건 때의 수법과 비슷하다』고 의심.
한편 김 총재는 이날 온양과 영동지구당 개편대회에 참석한 뒤 옥천의 고 정구영 구 공화당의장 묘소에 참배.

<정책의장들 어색한 만남>
○…8일 오후 서울플라자호텔에서 열린 여야4당 정책위의장 회담은 의장들 간에 뼈있는 농담을 주고받는 등 매우 어색한 분위기.
회담에 들어가기 앞서 김봉호 평민당의장은 민주당의 김동규 의장에게 『민주당은 의원 세미나만 하면 됐지 왜 평민당이 떨어져 나왔느니 하는 등 남의 이야기를 했느냐』며 『이번 국정감사에서 동해선거 매수사건과 문 목사 사건 때 불고지 문제를 파헤치겠다』고 도전. 이에 김 민주의장은 『정치인들이 그 정도 말도 못하느냐』며 『야당끼리 싸워 평민당이 얻을 것이 없을 것』이라고 응수.
이승윤 민정의장은 야3당의장의 성이 모두 김씨인 점을 지적, 『오나가나 야당은 김씨뿐』이라며 『의장회담에서도 3김 공조를 할 것이냐』고 비아냥 하자 김 민주의장이 『그러면 당신이 노씨가 되라』고 맞받아 한바탕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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