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해만이 죽어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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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부한 어자원 때문에 곡창에 비견해 '어창(魚倉)', 또는 해양공원으로 불리던 발해가 '죽은 바다(死海)'로 변해가고 있다. 오물과 중금속 오염으로 악취가 진동하는 오물 늪지가 됐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발해(渤海.중국명 보하이)만과 이어진 서해도 조만간 오염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

중국 국가환경국이 '발해가 사해로 변할 수 있다'는 환경 전문가의 경고를 받아들여 555억 위안(약 6조7000억원)의 예산으로 '푸른 발해 만들기(碧海渤海) 15개년 계획'을 수립한 것이 2001년. 그러나 현재까지 '백약이 무효'인 상황이다. 환(環)발해공업지구에서 쏟아져 들어오는 오염 물질이 워낙 많기 때문이다. 세계해양의 날인 18일을 맞아 중국의 해양 전문가들은 "발해 오염은 갈수록 악화될 것"이란 비관적인 전망을 내놨다.

◆ 톈진(天津) 근해에선 어업 불가능='푸른 발해 운동'의 1차 5개년 계획이 끝난 지난해에도 오염 상황은 개선되지 않았다.

톈진시 해양국 해양환경처의 장스치(張士琦) 처장은 "톈진 부근 3000㎢ 지역에선 물고기를 잡을 수 있을 만큼 청정도를 유지하고 있는 지역이 단 한 군데도 없다"고 지적했다. 톈진시 탕구(塘沽)구 어업정책과의 비정(畢政) 부과장도 "과거 어창이었던 발해가 이젠 어업 불가능 지역으로 전락했다"고 개탄했다.

중국 국가해양국이 발표한 2005년 발해 오염 상황에 따르면 '가벼운 오염지역' '오염지역' '심한 오염지역'이 각각 190㎢, 580㎢, 300㎢씩 늘어났다. 올해 상반기 조사에서는 상태가 더욱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 오염원은 육지=장 처장은 "발해의 오염원은 육지"라고 지적했다. 즉 육지에서 밀려드는 생활용수, 공장 폐수, 농약.화학비료를 3대 오염원으로 꼽았다. 이 밖에 선박에서 흘러나오는 폐유, 선박 내 생활 오수, 발해만 해상 유전의 석유채굴 과정에서 나오는 각종 폐기물 등이 바다 오염을 부채질하는 요인이다.

톈진시 해양국이 지난해부터 올 초까지 톈진시와 인근 지역에서 발해로 흘러드는 오염 배출구를 조사한 결과 100%의 배수구가 모두 기준치를 넘는 오염물질을 방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톈진시 수리연구소의 차오다정(曹大正) 소장은 "발해 오염문제는 환경보호국.해양사무국.어업정책국.교통부 등 관련 부서와 발해를 둘러싼 톈진.랴오닝(遼寧).허베이(河北).산둥(山東)의 4개 성.시가 종합 대책을 세우지 않으면 풀 수 없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베이징=진세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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