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 스테파노바 "아들 때문에 한국 왔어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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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피는 물보다 진하다. 가족은 미국여자프로농구(WNBA)행을 포기해도 아깝지 않은 이유였다.

신세계 이마트배 2006 여자프로농구 여름리그를 평정한 천안 국민은행의 '러시아 특급' 마리아 스테파노바(27·203㎝)는 가족 때문에 한국행을 선택했다. 샤라포바를 연상케 하는 늘씬한 금발 미녀 스테파노바의 미모에만 관심을 빼앗긴다면 '경고'감이다. 스테파노바는 이미 5년 전에 결혼해서 세 살난 아들 꼴야를 두고 있다.

스테파노바는 지난 1998년부터 다섯 시즌 동안 WNBA 피닉스 머큐리에서 뛰었다. 결혼 뒤에도 2001년과 2005년 두 시즌을 미국에서 보냈다. 물론 그 때마다 러시아에 가족을 남겨 둔 채 쓸쓸하게 미국에서 지내야 했다. 그런데 올해는 여름에 열리는 WNBA 시즌을 포기하고 한국에 왔다. 국민은행이 '가족과 함께 지내게 배려하겠다'는 카드를 내밀었기 때문이다.

국민은행은 선수단 숙소인 천안 국민은행 연수원 근처에 아파트를 얻어 남편과 아들을 함께 지내게 해주겠다고 제안했고, 스테파노바는 이를 흔쾌히 받아 들여 미국행을 포기했다. 덕분에 한국팬들은 지난달 스테파노바가 한국 여자농구에서 처음으로 덩크슛을 하는 장면까지 볼 수 있었고, 스테파노바는 국민은행이 정규리그 우승한 순간에도 아들을 안고 기쁨을 함께할 수 있었다.

하지만 겨울에도 스테파노바를 볼 수 있는 가능성은 거의 없다. 스테파노바가 겨울에는 고향팀인 러시아의 사마라로 돌아가기를 원하기 때문. 국민은행의 정상호 팀장은 "스테파노바에게 겨울에도 와 달라고 계속 설득하고 있지만 쉽지 않다"고 밝혔다.

러시아는 석유 재벌들의 '오일 머니'로 전세계 여자농구리그 중에서 가장 두둑한 몸값을 약속하고 있는데다 스테파노바에게는 고향팀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스테파노바는 "한국에서 꼭 우승컵을 안고 돌아가고 싶다"고 우승 각오를 더욱 다지고 있다.

이은경 기자 (kyong@jesnews.co.kr)

<출처 : 일간스포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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