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노총 간부가 '비리' 협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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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노조 간부들이 건설업체 등의 약점을 미끼로 수천만원대의 금품을 뜯어온 사실이 드러나 물의를 빚고 있다.

대전 중부경찰서는 1일 안전시설 미비 등 건설 현장의 약점을 트집잡아 건설업체로부터 수천만원을 뜯어낸 혐의(공갈)로 민주노총 산하 대전.충청지역 건설산업노조 위원장 朴모(50)씨 등 간부 5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에 따르면 李씨 등은 2000년부터 최근까지 대전과 충남지역의 건설업체들을 상대로 "위법사실을 사법기관에 고발하겠다"고 협박, 7천여만원을 갈취한 혐의다.

경찰 조사 결과 이들은 건설업체가 근로기준법이나 산업안전보건법 등을 위반한 사실을 노동부에 고발한 뒤 이를 취하하는 조건으로 노조 전임비 등의 명목으로 정기적으로 돈을 받아온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또 낙하물 방지막 등 안전시설을 제대로 갖추지 않은 건축 현장을 촬영한 뒤 "노조에 돈을 주지 않으면 수사기관이나 노동부에 고발하거나, 노조원들을 동원해 공사를 방해하겠다"고 협박하기도 했다는 것이다.

경찰 관계자는 "이들로부터 금품을 빼앗긴 업체가 대전과 충남지역에서만 20여개 업체에 이른다"고 밝혔다. 대전.충청지역 건설산업노조(조합원 1천7백여명)는 건설 현장 일용직 노동자로 구성돼 있다.

충남 천안경찰서도 민주노총 산하 천안.아산지역 건설 일용 노조 간부들이 천안지역에 공사 현장을 운영하고 있는 건설 업체 22곳으로부터 비슷한 수법으로 7천여만원을 갈취한 혐의를 잡고 수사 중이다.

이에 대해 건설산업노조는 성명을 내고 "이들의 혐의 내용은 사측과 단체 협약을 통해 노조 전임비나 노조원 퇴직금 등을 정당하게 받아낸 것이지 약점을 미끼 삼아 금품을 갈취한 것이 아니다"며 "이번 수사는 노조를 탄압하기 위한 표적 수사"라고 주장했다.

대전.천안=조한필.김방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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