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R의 공포 커져…추가 금리인하 여력 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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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30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 기자실에서 기준금리를 1.50%로 동결하기로 한 금융통화위원회의 결정 배경을 설명하고 있다.[연합뉴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30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 기자실에서 기준금리를 1.50%로 동결하기로 한 금융통화위원회의 결정 배경을 설명하고 있다.[연합뉴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앞으로 경제상황에 따라 필요시 대응할 수 있는 어느 정도의 통화정책 여력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기준금리를 추가로 인하할 가능성을 시사한 발언이다.

30일 이주열 총재는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 직후 기자설명회에서 통화정책을 사용할 여력이 있느냐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이 총재는 최근의 경제상황과 관련해 “세계 경제의 침체 가능성, 소위 ‘R의 공포’가 부쩍 늘어났다”고 평가했다. “미·중 무역분쟁이 점차 악화되고 있고 브렉시트와 일부 유로존 국가의 포퓰리즘 정책, 일부 신흥국의 금융위기가 동시 다발적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어느 정도까지 내릴지를 묻는 질문엔 “대외 리스크 요인이 어떻게 전개되는지, 국내 경제와 금융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종합적으로 보고 정책을 펴나가겠다”고 답했다. 아울러 “환율 변동성이 상당히 커진 상황인 만큼 통화정책 운용 과정에서 금융·외환시장 상황 변화에도 유의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날 한은 금통위는 기준금리를 1.50%로 동결했다. 이주열 총재는 모두발언에서 “금통위 결정에서 조동철, 신인석 위원이 (기준금리) 0.25%포인트 인하가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냈다”고 공개했다. 소수의견이 나왔다는 점에서 10월 16일에 열릴 다음 금통위 본회의에서는 기준금리 인하 결정이 나올 가능성이 커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국은행은 내부적으로 실효하한 금리를 추정 중이다. 기축통화 국가가 아닌 한국에서 자금유출을 촉발하지 않으면서 최대한 낮출 수 있는 기준금리 하한선을 추정해 통화정책에 반영하기 위해서다. 시장 전문가들은 실효하한이 0.75~1.00%가 될 것으로 추정한다. 실효하한이 얼마이냐에 따라 한은의 추가 금리 인하 여력이 얼마나 되는지를 가늠할 수 있다.

이주열 총재는 “실효하한 이하로 기준금리를 내리는 것은 당연히 신중할 수밖에 없다”면서도 “실효하한은 어떤 기준에 따라 추정하느냐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어느 정도인지 판단이 어렵다”고 말했다.

한애란 기자 aeyan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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