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8」개폐회식 전광판 그림|판서로 다시본다|당시 미술감독 이만익화백 266세트 재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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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작년 88서울올림픽 개폐회식 행사의 미술감독을 맡아 메인스타디움의 대형 전팡판위에 연속되는 각 프로그램 내용의 화려한 이미지를 그려보임으로써 각국 참가선수·임원과 스탠드를 메운 관중들에게 벅찬 감동과 찬탄을 안겨주었던 서양화가 이만익씨가 당시의 원화를 그대로 재현한 판화를 제작, 9월5∼10일 서울갤러리에서 전시회를 갖는다.
「서울올림픽개폐회식기념판화전」이란 이름의 이 전시회와 함께 이씨는 자신이 제작한 총 2백66세트(1세트 20장)의 판화중 국내판매분 1백세트를 뺀 1백66세트를 세계각국의 올림픽위원회에 무상으로 배포할 예정이어서 더욱 일반의 관심을 불러모으고 있다.
이씨는『올림픽개최후 1주년도 채 안돼 그 감동의 순간들을 모두 잊어버렸을 뿐만 아니라 시국 또한 「화합」이란 올림픽정신을 역행, 혼란과 무질서로만 치닫는것에 안타까움을 느끼고 개·폐회식기념 판화제작을 결심했다』고 밝혔다.
이씨가 판화제작에 착수한 것은 지난3월. 자신이 보관하고있던 30호 크기의 과슈 원화 20장을 저본으로 대량 판인이 가능한 세리그래피(실크스크린) 기법을 택해 제작했다. 청담동에 있는 서울 판화공방에서 아예 기숙하며 판을 만드는데 3개월, 프린팅에 2개월등 모두 5개월여동안 비지땀을 흘린끝에 이달초 마침내 작업을 끝낼수 있었다.
원화가 갖는 과슈특유의 경쾌하고도 현란한 색채감에 최대한 접근하기 위해『한점한점 마다 10∼12회씩의 판갈이를 해야만 하는 고달픈 작업이었다』고 이씨는 말했다.
이씨가 이번에 제작한 판화는 『강상제』에서 『한마당』에 이르는 개회식프로그램 14개,『우정』에서『안녕』까지의 폐회식 프로그램 6개등 모두 20개 프로그램을 가로 57.5cm 세로 36cm의 똑같은 규격속에 이미지화 한 것으로 올림픽당시 14m×9m의 초대형전광판을 통해 방영됐던 그림과는 또다른 멋과 아기자기한 미적정서를 끌어내고 있다는 평을 듣고있다.
이씨는『판화제작에서 각국 배포에 이르는 일련의 과정을 기업 혹은 공적기관의 도움없이 순전히 한 개인의 힘만으로 수행하기에는 보통 무리가 아니라는 사실을 절감했다』며『그러나 나의 이 조그만 충정이 세계의 많은 사람들에게 전해져 서울 올림픽의 영광과 감동을 길이 기억하게 하는 실마리가 될 수 있다면 그것으로 만족할 것』이라고 말했다.<정결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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