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 발트 3국 독립요구 대규모 시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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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리가·탈린·모스크바로이터·AP·AFP=연합】민족주의 운동이 거세게 일고있는 에스토니아와 라트비아·리투아니아 등 소련의 발트해 연안 3개 공화국 주민 약 2백만 명은 23일 이들 지역을 소련영토에 편입시킨 독소비밀협정 50주년을 맞아 이 협정의 무효화와 자치확대를 요구하며 이들 3개 공화국 수도를 잇는 총6백km의 거대한 인간사슬을 만들었다.
북부에스토니아의 핀란드 만에서 남부 리투아니아의 빌니우스까지 6백km를 잇는 이 고리는 이날 황혼이 깃들 무렵부터 만들어지기 시작, 각 공화국의 깃발과 촛불을 든 남녀노소 시민들이 거리로 나와 소련통합 이전의 국가를 부르며「바파두스(자유)」를 외쳤다.
에스토니아수도 탈린의 옛 탑 밑에서 시작된 인간사슬은 리투아니아 수도 빌니우스의 중앙광장까지 이어졌으며 시위자들은 대부분 이들 3개 공화국 공통의 구호인「바파두스」를 외쳤으나 일부시위자들은 소련점령에 항의하고『러시아인 꺼져라』는 등의 민족주의 구호가 적힌 깃발을 휘두르기도 했다.
이밖에 모스크바에서도 수백 명이 참가한 소규모의 격렬한 동조시위가 벌어져 이중 75명이 평화교란 혐의로 폭동진압 경찰에 체포됐으며 이들 3개 공화국보다 1년 뒤 소련에 편입된 남서부 몰다비아 공화국에서도 약 1만3천명의 주민들이 독립 요구시위를 벌였다.
소련TV는 이날저녁 뉴스시간에 이들 인간사슬의 모습을 5∼6분간 방영했으나 이 같은 시위를『분리주의 분위기의 과시라고 생각한다면 잘못』이라고 논평했다.
그러나 한 해설가는 이들 공화국의 독립 요구가 거세어지는데 대한 크렘린당국의 우려를 반영, 『시계를 거꾸로 돌리려는 이 같은 행동은 순진한 정치행위로 그치고 말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에스토니아 정치지도자들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에스토니아는 독립을 위한 국민투표를 요구할 수도 있다고 밝혔으며 인드레크투메수상은 정부가 마지막 해결책으로 이 같은 방법을 검토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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