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남북대화 재개 움직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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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문익환 목사와 서경원 의원·임수경 양 등의 잇따른 입북사건으로 중단됐던 남북대화가 빠르면 오는 9월 중순께 재개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지난 3월말 문 목사 방북사건 이후 급속히 냉각된 남북관계를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판단에 따라 임양에 대한 조사 및 신병처리가 마무리 되는대로 남북대화를 재개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통일원은 이에 따라 최근 정계·학계·언론계인사들과의 연쇄접촉을 시도, 대화재개에 관한 각계의 의견을 수렴해 앞으로의 남북관계를 풀어나갈 최종방침을 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통일원 고위당국자는 22일『현재 남북대화를 재개하느냐의 여부를 놓고 정부·여당은 물론 국민들 사이에서도 이견이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전제하고『그러나 남북관계를 언제까지나 현재와 같은 단절상태로 내버려둘 수는 없다』고 밝혀 빠른 시일 내 대화를 재개할 뜻을 비췄다.
이 당국자는 또『지난 7월 중순으로 예정됐던 남북고위당국자 예비회담 등 4개 창구의 남북대화가 모두 중단된 것은 임양의 입북사건이 결정적 계기가 됐다』고 말하고『북한이 판문점통과를 강행시킨 불법행위를 저질렀지만 어쨌든 임양이 귀환함으로써 남북대화의 걸림돌은 제거된 셈』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비록 남북대화가 재개되더라도 북한이 우리측 특정인사들을 잇따라 끌어들여 선전에 이용했던 점과 임양의 판문점 통과강행에 따른 정전협정위반사실에 대해서는 북한측에 사과와 해명을 요구할 방침이다. 반면 북한도 임양 등의 석방을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북한측은 지난 5월31일 제2차 이산가족 고향방문 및 예술단교환방문을 위한 적십자 실무대표접촉을 제의한데 이어 지난 8일에는 남북체육회담 재개를 제의하는 등 대남 대화공세를 펼치고 있으나 우리측은『고향방문단 교환문제는 적십자 본 회담에서 논의해야 하며 북한측이 임양 등을 입북시키는 등 불성실한 태도를 견지하는 한 대화를 할 수 없다』며 이를 모두 거부했었다.
그러나 김상래 대한적십자사 총재는 지난 11일 적십자 본 회담 재개 및 이산가족문제를 협의할 적십자실무접촉을 오는 9월 중 갖자고 제의해놓고 있어 북한측이 이에 응해올 경우 오는 9월 중순께 적십자간 접촉부터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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