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진짜 교사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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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한장의 사진이 제공하는 생생한 현장감은 모든 설명을 뛰어넘을 수 있다. 교단 위에는 2명의 담임교사가 굳은 표정으로 앉거나 서있고 교단 앞에는 고개를 떨군 채 난감한 모습의학생들 뒷모습이 비치고 있다. 개학 첫날, 서울 동북고 3학년의 한 학급 두 담임교사라는 해프닝을 담고 있는 어제 본보 사회면의 머리사진은 전교조 사태의 어제와 오늘을 극명하게 드러내고있다.
사태의 심각성은 한 학급 두 담임의 교단 분점현상이 한 학교에만 국한될 현상이 아니고 2학기 모든 중·고교 교실에서 일어날 수 있는 분쟁의 소지를 담고 있다는데 있다. 교조참여와 비 참여 교사간의 갈등, 탈퇴교사와 비 탈퇴교사간의 반목, 징계된 교사와 새로 발령 받은 교사들간에 예상되는 마찰, 옛 담임과 새 담임이 공존하는 교단… 이런 현상들이 감수성이 예민한 중·고생들의 가슴에 어떤 파문, 어떤 예기치 못한 돌발사태를 초래할지 문교당국과 교사들은 신중히 생각했어야만 했다.
징계로만 일관해온 문교당국이나 출근투쟁으로까지 나선 전교조 교사 모두가 집단논리에 발묶여 학교와 교실, 2세 교육을 망치는데 함께 기여하고 있음을 통감해야만 한다.
지혜로운 통치자 솔로몬 왕 앞에 두 여인이 나타나 강보에 싸인 어린아이의 어머니임을 서로 주장했다. 양쪽의 주장과 논리에는 모두 일리가 있었다. 어느 쪽이 진짜 이 어린이의 어머니인가. 솔로몬 왕은 판결했다. 두 사람의 주장이 똑같이 합당하니 어린아이를 두 토막으로 갈라서 나누어 가지도록 하라. 이때 진짜 어머니는 울며불며 하소연했다. 나는 진짜 어머니가 아니니 제발 그 아이를 저 여인에게 넘겨주라고 간곡히 당부했다.
전교조파동 3개월 여 진통 속에서 과연 누가, 어느 쪽이 진짜 교육을 위해 헌신하고 있는가. 교단을 분점하고 학생들의 가슴을 분열시키며 조기방학과 개학연기의 학습권 침해 속에서 서로의 합법성만 남발한 채 2세 교육현장에 서로가 다투어 못질을 하고 있지 않은가. 누가 진짜 교육자인가. 누가 참 교사이며 무엇을 위한 참교육인가.
진정 민주교육을 바라는 참 교사라면 한 학급 두 담임의 충격파를 일으켜 교단을 분열시키고 제자들의 가슴을 충동질하는 일을 벌이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것이 교사라는 직업윤리를 준수하는 최소한의 양심일 것이고 교직자들의 집단이해에 학생들을 담보하거나 희생시키지 않겠다는 전교조투쟁의 당초 약속이기도 했다.
진정 민주교육을 실현시키겠다는 문교당국이라면 교육개혁을 주장하는 교사들과의 단 한번 대화 없이 징계로만 일관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강보에 싸인 어린아이를 앞에 두고 서로가 진짜 어머니임을 주장하는 두 여인들처럼, 2세 교육을 앞에 두고 서로가 진짜 교육자임을 내세우는 전교조파동 속에서 이제 우리는 그 누구도 진짜 교육자가 아님을 판단하기에 이르게 된다.
대립과 대결로만 맞서는 한 교육현장은 황폐화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확인하기에 이르게 된다. 서로의 합법성만을 주장하는 한, 그 합법성은 폭력으로밖에 남지 않는다는 사실을 거듭 입증하게 된다.
정말 2세 교육을 소중히 가꾸려는 교육자라면 모든 대결을 종식시켜야만 하고 모든 합법성을 접어두어야만 한다. 이 길을 선택하는 쪽만이 진짜 교육자이고 참 교사임을 솔로몬 왕의 지혜 속에서 이미 우리는 다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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