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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종 위기’에 처한 학교 환경교육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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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강찬수
강찬수 기자 중앙일보 환경전문기자
강찬수 환경전문기자·논설위원

강찬수 환경전문기자·논설위원

유례없는 폭염이 유럽·알래스카 등 북반구를 뒤덮고 있다. 바다에는 플라스틱 쓰레기가 넘쳐난다. 국내에서도 미세먼지 오염과 붉은 수돗물 사고, 쓰레기 산에 시민들 삶이 팍팍해지고 있다. ‘기후 위기’와 ‘환경 재난’이란 표현을 엄살이라 할 수도 없다.

시민들은 정부에 대책을 촉구하지만, 정부 힘만으론 온실가스·미세먼지·플라스틱을 줄이는 데는 한계가 있다. 자가용을 덜 타고, 일회용품을 덜 사용하는 것 같은 실천이 절실하지만, 시민들은 ‘당장 뭘 어떻게 해야 하지’하며 서로 쳐다만 볼 뿐이다. 환경을 지키기 위한 필수 덕목인 배려와 염치를 배운 적이 없기 때문이다.

지난달 27일 한국환경한림원(회장 남궁은)은 ‘환경재난 시대의 환경교육 활성화 방안’이란 토론회를 열었다. 참석한 전문가들은 “환경문제 해결을 위해 학교 환경교육의 확대가 시급하지만, 오히려 학교 환경교육은 ‘멸종 위기’ 상태”라고 진단했다.

2007년 국내 중·고교 환경교과목 채택 비율은 20.6%였지만, 지난해에는 8.4%로 떨어졌다. 대학에서 환경교육 전공자가 매년 90명씩 배출되고 있으나, 2009년 이후 환경교사 채용은 전무하다. 물론 환경교육과 미세먼지 문제를 전담하는 부서를 만들고, 환경교육 담당 장학사를 별도로 둔 경남교육청처럼 ‘천연기념물’ 같은 사례도 없지는 않지만, 환경교육이 위기 상황에 처한 것은 분명하다.

학교 환경교육이 중요한 것은 어릴 적부터 배우고 실천해야 환경보전이 몸에 배기 때문이다. 어려서부터 배려하는 마음을 갖도록 가르쳐야 한다. 미래 세대에 대한 배려,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 다른 생물 종에 대한 배려는 문제 해결의 시작이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부끄러움을 아는 마음, 즉 염치까지 길러줘야 한다. 환경보전을 실천하지 않는 게 공중도덕을 지키지 않는 것처럼 부끄러운 일이 될 때 인류에게 미래가 있다. 환경위기는 잔뜩 물려주면서 그 위기를 예방할 방법, 해결할 방법은 가르쳐 주지 않는다면 지금 21세기 기성세대는 결코 훌륭한 선조로 기억되지는 않을 것이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