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해 임시 정부 건물 독립 기념관에 온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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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조국 광복을 위한 우리 민족의 한과 집념이 담겨 있는 상해 임시 정부가 사용하던 건물이 중국에서 한국 독립 기념관으로 옮겨와 복원된다. 또 해방 이후 처음으로 항일 투쟁의 본거지였던 만주 땅 연길에서 한국 정부가 소장하고 있는 독립 운동 자료가 전시된다.
정부는 상해 임시 정부가 이사를 다니며 사용했던 건물 4채 중 1채를 천원 독립 기념관에 옮겨와 원상 복원시킨다는 방침 아래 지난 2월과 7월 등 두 차례에 걸쳐 안춘생 독립 기념 관장과 학자·전문가로 구성된 조사단을 중국에 파견, 확인 조사 활동을 벌였다. 그 결과 정부는 상해 임시 정부가 사용한 건물 4채를 모두 발견했으며 지난 7월 중국 측에 공식적으로 임정 건물 이전을 위한 협의를 요청, 현재 양국 관계자들간에 구체적인 이전 조건이 검토되고 있다.
정부 당국자는 9일 『우리 정부의 요청에 대해 중국 측도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밝히고 『정부는 금년 가을 중 우리측 실무 대표를 중국에 다시 보내 건물 인수 가격·이전 기술상의 문제 등을 협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양국간 교섭이 순조로우면 내년 상반기 중 이전 작업이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번 중국 방문에서 우리측 실무진과 학술 조사팀이 상해 거주 교포들 및 중국 학술팀과 공동으로 조사를 벌여 발견한 대한민국 임시 정부가 사용한 4채는 4층·3층짜리 각 1채와 2층·단층 건물이 각 1채씩이다.
안춘생 독립 기념관장은 이들 건물은 임시 정부가 사용했던 당시에 비해 상당 부분 파손되거나 개조됐으나 우리의 기술로 충분히 보수·복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하고 보존 상태가 비교적 양호한 1채를 선택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양국 정부간에 협의가 끝나는 대로 임정 건물을 독립 기념관에 이전하고 내부 구조는 고증을 거쳐 임시 정부가 사용했던 당시의 모습으로 재현시킬 방침이다.
이번 조사에서 확인된 임시 정부 청사 중에는 임시 정부가 1926년부터 1932년까지 약 6년간 사용했던 상해 마부로 306농 4호 (당시 마낭로 보경리 4호) 건물이 가장 보존 상태가 좋은 것으로 밝혀졌으며 1, 2층짜리는 연립 주택이라 이전이 어려울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의 이 같은 계획은 대한민국 정부의 모체이자 근원인 상해 임시 정부 건물을 우리 손으로 보존할 수 있다는 역사적 가치는 물론 우리 정부의 정통성을 재확인하고, 우리 정부의 정통성을 부인하는 북한측이 주장하는 항일 투쟁사에 귀를 기울이는 일부 젊은이들에게 산 교훈을 주면서 후세들의 역사 교육장으로 활용하기 위해 추진된 것이다.
정부는 이와 함께 이달 말이나 9월초 연변 조선족 자치주 연길시 연길 박물관에서 독립 운동가의 혈의를 비롯, 임시 정부 수립 선언서와 3·1운동 관계 사진 및 각종 선언서 등 독립 운동 자료 2백여점을 전시할 계획이다.
한국의 독립 운동 자료가 중국에서 전시되기는 중국 공산당 정권 수립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문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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