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으로 수박농사 망친 함안 대산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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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경남 함안군 대산면의 수박재배 비닐하우스에서 농민들이 물에 잠긴 수박을 밖으로 옮기고 있다.[송봉근 기자]


11일 오후 수박 주산지인 경남 함안군 대산면 하기리 신대마을 들녘 수박 비닐하우스. 비닐하우스 앞마다 상품가치가 없어져 버린 수박이 수북이 쌓여 있다. 빨간 속을 드러낸 채 깨진 수박들도 즐비했다.

무릎까지 차오르는 물을 헤치며 수박을 따던 최안철(48)씨는 한숨을 짓는다.

땀범벅이 된 그는 가족과 인부 등 다섯 명과 함께 물에 잠긴 수박을 따 입구 쪽으로 끌어낸 뒤 트럭에 싣는 작업을 하고 있었다. 이날 오전 5시부터 시작한 이 작업은 하루 종일 200평짜리 10채의 비닐하우스를 돌면서 계속됐지만 8t트럭의 20%도 못 채웠다. 물에 잠겼지만 싼값에라도 팔 수 있는 것만 고르다 보니 건질 만한 게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달 20일께 수확하면 하우스 한 채당 180여만원씩, 모두 1800여만원의 소득을 올릴 것으로 기대했던 수박 농사가 물거품이 된 것이다.

"어제 저녁부터 물이 차오르는 것을 밤새 지켜보면서 발을 동동 구르다 물 빠지길 기다려 새벽부터 작업했지만 헛고생한 것 같아요. 하지만 놔두면 썩을 수박을 방치할 수는 없지 않겠어요?"

그는 이 수박을 부산의 농산물 도매시장에 가져가 사실대로 이야기하고 싸게 넘길 계획이다. 운임과 인건비 등을 제하면 하우스 한 채당 20만~30여만원쯤 건질 것으로 기대하지만 미지수다. 논 임대료까지 주고 나면 오히려 손해 볼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온몸이 흙탕물이 돼 하우스 안을 누비던 50대 여성 인부는 "새벽부터 나와 달라기에 일당을 더 받기로 하고 일했는데 일당 받기가 미안하다"고 말했다.

맞은편 수박 비닐하우스는 텅 비어 있었다. 주인 심재현(53)씨는 태풍이 상륙해 호우가 퍼붓던 10일 오후 6시쯤 가슴까지 차는 물속을 헤치며 가족들과 함께 수박을 땄기 때문이다.

심씨는 "한 푼이라도 건지기 위해 위험도 무릅쓰고 정신없이 수박을 땄다"며 "집안에 쌓아 뒀지만 팔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걱정했다. 심씨처럼 미리 수박을 따 버린 농가도 상당수다.

함안군 농업기술센터 유수필 수박기술담당은 "일반적으로 수박은 6월 말 안에 수확을 하는데 아직까지 밭에 있는 수박은 수박값이 비쌀 때를 기다린 것이어서 농민들의 상실감이 더 클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태풍으로 침수된 함안군 대산면 일대 수박하우스는 100여 채 7㏊. 함안군 전체로는 500여 채 30여㏊가 물에 잠겼다. 피해 면적은 계속 늘고 있다. 함안군 농민들은 한채당 200여만원씩 모두 10억 여원의 피해를 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 함안 대산 수박=낙동강과 남강이 만나 생긴 퇴적층이 물이 잘 빠지고 기름져 수박 재배에 좋은 조건을 갖춘 곳이다. 대산면 수박 재배 면적은 800㏊로 전국의 5%, 함안군 전체는 1900㏊로 전국의 11%를 차지한다. 매년 1900여 농가가 650억원의 매출을 올려 350억원의 순소득을 올린다. 함안군이 수박농사 기술 개발에 적극적이어서 '씨 작은 수박' 등 다양한 수박 품종이 생산된다. 해마다 4월이면 수박축제가 열려 대산 수박의 명성을 알리고 있다.

함안=김상진 기자<daedan@joongang.co.kr>
사진=송봉근 기자 <bks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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