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련도 소비재 문 열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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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경제개혁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소련의 내부사정은 어떤가.
10일동안 소련을 방문하고 돌아온 방소경제사절단은 2일 공항에서 소련측이 조건만 맞는다면 비누·의류·설탕 등 생필품 5억∼6억달러어치를 구매하겠다는 제의를 해왔다고 밝혀 관심을 끌고 있다.
소련은 지난달에도 부수상 알렉산드라 비류코바가 런던의 상점가를 휩쓸며 5천만 켤레의 여자스타킹을 비롯한 각종 소비재를 사들였다.
서방전문가들은 비류코바의 구매로 지난달 파업사태를 진정시키면서 서방의 소비재로 소련의 상점들을 가득 채워놓겠다고 한 고르바초프의 약속이행이 시작됐다는 관측을 한 바 있다.
만약 소련측이 방소사절단에 타진한 5억∼6억달러의 생필품 구매의사가 이러한 고르바초프의 약속이행의 연속선상에 있는 것이라면 이것은 부족한 소비재를 수입하기보다는 소련 내에서 생산이 가능하도록 설비투자에 주력하겠다는 고르바초프의 소련소비재 산업정책의 변화를 예고하는 것으로도 볼 수 있다.
고르바초프는 집권이래 부족한 소비재를 모두 외국에서 수입해 개혁의 기반을 다지자는 급진파들의 의견을 거부한 채 소련에서 생산이 가능하도록 산업시설에 대한 투자를 늘리자는 입장을 지켜왔다.
그러나 집권 4년이 지나도록 소비재 부족현상은 개선되지 않고 오히려 악화되었으며 결국 50억루블(80억달러) 상당의 생필품을 서방에 긴급 주문하지 않으면 안되었다.
당시 긴급수입된 품목에는 면도칼 1만개, 비누 및 가루비누 18만t, 치약 1만t, 여자용 니트웨어 1만5천장, 스타깅 3천만 켤레 등을 비롯해 카셋테이프 등이 포함되어 있었다.
소련전문가들은 계획경제체제에 시장체제를 혼합시키려는 고르바초프의 계획이 본궤도에 오르기 전까지 소비재 부족현상은 계속될 것이며 그것은 소련경제의 지난 70년간 운용의 결과라는 견해를 피력하고 있다.
따라서 이번에 소련과의 샘필품 수출을 상호간에 만족할 조건으로 체결한다면 우리 나라의 소련에 대한 생필품 수출은 상당한 수준으로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김석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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