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제탑서 착륙허가 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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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트리폴리=배명복 특파원】 대한항공 803편 추락사고의 한국과 리비아 합동조사단 한국측 대표인 유한규 항공관리 국장은 2일 기자회견을 통해 『사고 15∼20분전 트리폴리공항의 관제사가 KAL기 조종사에게 「시계 50m」라는 사실을 통보했다』고 확인했다.
유 국장은 『여객기가 통상 6백∼7백m 고도에서 재 상승이 가능하다』고 밝혀 사고 KAL기가 회항할 수도 있었음을 시사했으나 『회항하는게 좋겠다는 관제소의 통보는 없었다』고 밝혔다.
유 국장은 또 김호준 기장이 고장난 lLS 대신 작동중인 NDB(보조착륙유도장치)를 이용해 착륙하겠다고 관제소에 연락, 관제소로부터 『그렇게하라』는 지시를 받았었다고 말했다.
다음은 유 국장의 회견내용.
-현재의 사고조사진행상황은.
『별 성과없이 시간만 보내고 있다. 1차 사고현장 검증은 마쳤지만 좀더 현장조사를 해야 할 것 같다. 조종사 및 관제사 등 관련자에 대해 앞으로 2∼3차례정도 더 증언청취를 할 예정이다.』
-관제사의 증언내용은 구체적으로 무엇인가.
『정확히 말해 레이다관제사가 KAL기와 교신한 내용을 관제소 녹음테이프를 통해들었다. 그 내용 중에 시계가 50m라는 점이 들어 있었다. 활주로부터의 기체위치 통보 등도 있지만 특별히 무슨 경고같은 것은 없었다.』
-회항하라는 지시는 없었나.
『없었다. 관제탑이 「지시」할 사항은 아니다. 최종적인 판단은 관제사가 보내주는 각종 정보를 토대로 기장이 내린다.』
-최종 사고순간까지 관제탑과 기체간의 교신이 끊기지 않고 정상적으로 계속됐는가.
『그렇다. 그러나 분명히 해두지만 관제탑의 녹음내용은 하나의 「자료」에 불과할 뿐이다. 공신력을 인정받는 것은 블랙박스와 보이스 레코더 일뿐이고 그 나머지는 참고자료에 지나지 않는다.』
-트리폴리공항의 착률유도 장치가 제대로 작동이 안 된다는데 그걸 알면서도 시계착륙을 시도했다는데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트리폴리공항의 ILS(계기착륙 유도장치)가 정상작동이 안 된다는 점은 이미 고시돼 있었기 때문에 기장도 이것을 몰랐을 리는 없다.』
-KE 803기의 경우 트리폴리 도착 후 2시간 반만에 다시 서울로 출발해야 하는 것으로 되어있는데 혹시 무리한 운항스케줄이 기장에게 압력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은 없는가.
『물론 그런 점에 대한 조사도 이루어져야겠지만 그런 일은 절대 있을 수 없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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