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다리』17년만에 복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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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70년대 초반의 한국 지성 계에서 한몫을 맡았던 월간『다리』가 오는 9월 호로 폐간 17년만에 복간된다.
고 은(상임고문·시인), 한승헌(고문·변호사), 김상현(회장·민주당 부총재), 강원채(부회장·도서출판 삼성당 회장), 윤형두(발행인·범우사 대표), 임헌영(주간·문학평론가)씨 등 이 복간 주역으로 참여했다.
이들 가운데 김상현씨는 폐간 당시 고문으로, 윤형두씨는 발행인, 임헌영씨는 주간으로 활약했었다.
편집위원은 김남직(북한연구가), 김지하(시인), 박영호(한신대 교수), 신인령(이대 교수), 유홍준(미술평론가), 장을병(성대 교수), 최문계(서울대 강사), 최재현(서강대 교수)씨 등 8명.
지난3월 복간준비위원회를 구성, 6개월 여만에 통권 23호로 복간 호를 내게 된 임헌영씨는『지식인층을 겨냥한 비판적 기능은 이미 많은 잡지들이 수행하고 있으므로 시사 뿐 만 아니라 생활문화·정보·교양물까지 폭넓게 포용하는 대중교양지로 키울 생각』이라고 밝혔다.
임씨는 특히『극단주의를 배격하고 개량 적 중도노선을 지켜 나갈 것』이라고 편집방침을 밝혔다.
70년 9월 고문 김상현(당시 신민당 의원), 발행인 윤재식, 주간 윤형두씨 등의 진용으로 출범한『다리』는 창간 석 달 만에 임중빈씨의 글「사회참여를 통한 학생운동」이 문제가 돼 발행인·주간·필자가 구속되는 등 시련을 겪으면서 70년대 초 전위적 시사지로 기능 했었다.
72년 1월에는 당국의 탄압에 항거하는 뜻으로「침묵을 강요하는 시대에의 응답」이란 휴간 사를 내고3달간 자진 휴간하기도 했었다.
72년10월 유신조치로 강제 폐간돼 11월 게재예정이었던「평전 아옌데」「대학생 연행·고문 폭로」등 이 교정쇄로 지금도 남아 있다.
9월 복간 호에는 좌담「한국사회 어디로 가고 있나」특집을 꾸며 한국사회의 보수와 진보에 얽힌 정당·사회단체의 설문조사 결과가 실린 다.
또 한반도의 이방지대인 용산 지역의 변모 상을 옛 사진을 통해 살펴본「서울풍물」,빨치산 토벌대장 차일혁씨의 수기「진중 기」, 희곡작가 박승희의 대표작「이 대감 망할 대감」의 원본 발굴게재, 남로당·최후의 총책 김삼룡의 일대기 등 이 실리며『분지』의 작가 남정현씨가 15년만에 장편소설『성지』를 연재한다. 3백70쪽 내외로 매달 15일 발간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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