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디」꼬리만 흔들고 갔는데…산사태 12명 떼죽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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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부산=조광희·김동균·강진권·전영기 기자】태풍 주디가 할퀴고 지나간 29일 새벽 두 곳에서 산사대가 잇따라 부산에서 10명, 양산에서 2명이 숨지는 참사를 빚었다. 수해가 심했던 광주에서는 7명이 매몰, 1명이 숨지고 6명은 구조됐다.
눈 깜짝할 사이에 덮친 참사였다. 태풍불안에 새벽잠을 설치던 한마을 3가구가 산더미 같은 흙더미와 집채만한 바위에 묻히면서 흔적조차 없어졌다.
태풍 주디가 막 꼬리를 감추려던 29일 오전 2시에 덮친 날벼락이었다.
산밑 집 3채가 사라지고 3가족 12명이 매몰, 겨우 2명이 살아 남은 채 10명이 매몰되고 말았다.
부산시 장림2동 605의 10속칭 돌산 밑 한가로웠던 달동네.
박종길씨(31)와 부인 노행숙씨(27), 아들 정훈군(5), 그리고 이웃 김선룡씨(62)와 부인 김길례씨(51), 아들 영일씨(22), 장녀 영미양(14) 등 일가족 4명이 무너진 산더미에 묻혔다.
이웃 이영철씨(33)와 부인 유미선씨(31), 아들 승호군(2) 등 일가족 3명도 매몰 됐다가 이씨만 구조돼 넋을 잃고 말았다.
구조된 이씨는 비가 밤새 쏟아져 잠을 이루지 못하고 식구들과 안방에 모여있던 중 갑자기 마을뒷산에서 『꽝』하는 소리와 함께 흙더미와 바윗덩이가 덮쳐 세 식구가 깔렸다며 통곡했다.
이 마을 정아기씨(62·여)는 2층에서 쏟아지는 폭우 때문에 불안해하고 있던 중 집채만한 바윗덩이가 아래층을 내려쳐 집이 무너지면서 정신을 잃었으나 화를 면했다.
가족 5명 중 유일하게 살아 남아 부산 동산병원에 입원중인 김선룡씨의 차남 영권군(19) 은 사고 직전까지 온 가족이 안방에서 태풍 걱정을 하며 불안해하자 아버지 김씨가 걱정할 것 없다』고 잠을 자라고해 안방에서 나오는 순간 마치 큰 폭탄이 터지는 듯한 굉음을 듣고 정신을 잃었다고 말했다.
산사태가 나자 장림동 수방 단원 30명과 경찰·인근주민들이 구조작업에 나서 30분만에 김선룡씨의 집에서 김씨의 차남 영권군과 이영철씨 집에서 흙더미에 깔려 있던 이씨를 구해냈다.
사고 2시간 후 사하 구청이 덤프트럭2대와 구청직원 등 30명을 뒤늦게 지원, 본격적인 구조작업에 나서 오전 9시20분쯤 박종길씨 등 시체 5구를 발굴했으나 나머지 5명은 찾지 못하고 있다.
【양산=허상천 기자】29일 오전 6시쯤 경남 양산군 물금면 물금리38 정순애씨(64·여)집 뒷산이 무너져 잠자고있던 정씨와 손자 이새만군(8)이 흙더미에 깔려 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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