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문10항 반박, 대국민 해명·투쟁병행 평민|비난성명 자제…임시국회는 안 열기로 민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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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김대중 평민당총재에 대한 구인장집행이 카운트다운에 들어갔다.
김총재가 『나의 모든 것과 당운을 걸겠다』고 비장한 각오를 천명하고 있고 평민당은 총동원령체제로 전환중인데 안기부도 내주 초쯤 구인장 집행을 강행할 태세여서 정면 대결상태다.
○…평민당은 구인장 발부에 맞서 5일째 철야농성을 계속하는 한편 전국 55개 지구당이 농성에 돌입해 해명과 투쟁을 범행하는 전략을 마련.
우선 구인장에 적시된 10개항 의문사항에 대한 반박자료를 정리 발표해 대국민 선전을 펴는 한편 장외집회를 통해 당의 결속을 도모하고 지지기반을 과시하겠다는 생각.
김원기 전 총무는 『안기부가 고도의 대국민 현혹수법을 쓰고있는 만큼 대국민용 반박이 필요하다』고 설명.
평민당측은 소위 안기부가 깔아놓은 「덫」의 정체를 파악해보니 『하나도 걸릴 것이 없다』고 자신하고 있으나 안기부 쪽에서 뭔가 감춘 카드가 있을까봐 경계하고 있다. 일부에선 서의원이 안기부에 회유됐을지도 모른다고 마음을 졸이는 눈치.
평민당은 구인장이 집행되면 당당히 응하겠다는 김총재의 의사에 따라 당원들의 예상되는 저항을 금하도록 하는 한편 김총재가 조사 받는동안 당직자·당원들의 행동요령을 숙의, 일부에선 단식투쟁, 안기부 입구에서의 규탄시위, 국회농성등을 검토중이다.
안기부 쪽에선 간접적으로 제1야당총재에 대한 예우를 고려, 구인대신 제3의 장소에서의 자진출두를 타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나 일단 모든 협상을 배제하고 김총재가 「탄압」받는 모습을 보일 작정..
○…김총재는 28일 오후 관악구청회관에서 열린 관악을구 (위원장 이해질) 개편대회를 계기로 대중집회를 통한 자신의 결백증명에 본격 나서는 모습.
10개항 의문점에 대해 『서의원의 공천은 당시 낚시꾼이 대어를 낚았다는 분위기에서 이뤄진 것이며 그가 감춘 신분을 어떻게 아느냐』고 반박.
또 외교전문가가 아닌 서의원을 유럽 순방시 대동한 것에 대해선 『모르는 사람도 공부시키기 위해 데려간 것』이라며 『수상·외상등 어마어마한 사람도 내가 어떻게 다루는가를 옆에서 보는게 공부가 된다』고 설명.
또 『유럽 순방후 정부당국은 우리외교가 3년에 걸쳐서도 못할 성과를 거뒀다고 감사한다고 해놓고 이제 와서 헝가리의 북한대사를 만났다고 뒤집어씌우는 것은 배은망덕』이라고 주장.
김총재는 특히 문목사와 만난 날짜가 조금 틀린다고 이를 의문사항에 넣는다면서 노정권의 반공도 박정희·전두환 정권의 반공처럼 양공이 돼버리고 있다고 공격.
○…29일 내놓은 구인반박자료는 구인장이 발부된 27일밤 광주의 긴급회의에서부터 검토된 것인데 이 자리에서 김총재는 구인장 내용의 허구성을 조목조목 지적, 이를 토대로 초안을 작성.
또 반박문의 설득력을 높이기 위해 지난번 김총재의 유럽순방 수행원중 서의원등 천주교신자의원의 세례명까지 담는 등 세세한 대목까지 신경.
이날 아침 김총재 주재로 열린 공안정치 저지 대책위에서는 초안을 놓고 한 구절씩 읽어가며 미비점을 점검.
이 자리에선 서의원 공천으로 이진연 전의원이 공천 탈락한 것과 관련해 「당성에 문제가 있어 공천이 어려울 것이라는 게 신문에 보도되었다」는 내용중 신문보도 대신 아예 「공천원칙에 맞지 않았다」고 못박아 보다 적극 대응.
평민당측은 『반박문이 구인장의 허술함을 여지없이 폭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하곤 있으나 여론의 반응에 대해 신경 쓰는 눈치.
○…김대중 평민당총재에 대한 구인장발부로 정국이 안기부·평민당간의 대결양상을 빚고있는 가운데 민정당은 사대추이를 주목하고 있는 상태.
이러한 강경 분위기로 전환하는데는 유모 고문등 당내 강경파들이 주요당직자들의 「타협적 태도」를 질책했고 군 출신등이 강경하게 나섰다는 후문.
당직자들은 김총재의 구인이 가져올 정치적 파장을 점치며 사후 수습 안을 궁리중인데 한 당직자는 『안기부 조사결과 아무것도 나오지 않든, 혐의 내용중 뭔가 진실로 밝혀져 입건여부가 현안이 되든 간에 어차피 모든 부담은 정치권이 떠 안을것 아니냐』며 떨떠름한 표정.
대부분의 당직자들은 어차피 이번 구인장 발부로 당분간 여야간 긴장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는데 김대중 총재가 28일 구인에 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히자 『그나마 마찰을 줄일 수 있겠다』며 다행스럽다는 표정. 그러나 평민당이 이를 계기로 장외투쟁을 벌이든가 하는데는 강경한 태도인데 평민당이 5일쯤 여의도에서 열기로 예정한 대중집회를 강행하면 선거법 위반이 된다고 주장, 보라매공원으로 바꾸게 작용.
민정당은 일단 평민당에 대해 퍼붓던 비난 성명등을 자제, 자극을 피하고 「정치휴진」을 제의해 놓는 등 구인장의 집행이란 강경한 입장과 함께 온건한 제스처의 양면작전을 구사.
다만 야당이 이를 계기로 정치공세를 펴는 것을 막기 위해 임시국회는 절대 열어주지 않고 상임위 정도로 축소 대응해 가급적 공세의 강도를 낮추는데 골몰. <박보균·김진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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