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미사일이 안보위기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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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가 9일 또다시 북한 미사일 시험 발사를 둘러싼 언론 보도에 불만을 드러냈다. 서주석 안보정책수석이 6일 청와대 홈페이지(사진)에 "국익에 대한 전략적 고려 없이 정부를 흔든다"는 글을 실은 지 사흘 만이다.

청와대 홍보수석실(홍보수석 이백만)은 9일 청와대 브리핑에 '안보독재 시대의 망령에서 벗어나자'라는 글을 실었다. "일부 야당과 일부 언론이 위기를 부풀리면서 '정부가 야단법석을 벌이지 않는다'고 삿대질을 해댄다"며 "(이들은)대체로 옛날 안보독재 시절에 재미를 보던 사람들"이라고 주장했다. 이 글은 홍보수석실 차원의 논의를 정리한 것이라고 한다.

이 글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가 과연 우리나라의 안보 차원의 위기였느냐"고 반문한 뒤 "국방 당국과 다른 나라들이 비상태세를 발령하지 않은 것은 (미사일 발사가)어느 누구를 겨냥한 것도 아니었기 때문"이라고 역설했다.

그러면서 우리 정부의 정보력 부재와 늑장 대응 논란을 평가절하했다. "누군가가 정치적 이유로 이 사건을 비상사태로 몰아가려 해도 그것은 정치적 사건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청와대는 이 글에서 "목소리를 높이지 않고 천천히 대응키로 방침을 정한 것은 대통령의 생각이었다"며 "다음에 또 비슷한 일이 생기더라도 역시 차분하게 대응할 수밖에 없는 일"이라고 했다.

5일 북한의 미사일 발사 이후 노무현 대통령이 어떠한 언급을 했는지는 전혀 공개되지 않고 있다. 그 대신 주변 참모들이 잇따라 정부 대응이 '적절했음'을 부각하고 언론과 야당의 비판을 '정치공세'로 깎아내리는 모양새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은 물론 여당 일각도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한나라당 이정현 부대변인은 "'미사일이 어느 누구도 겨냥하지 않았다'는 주장은 미사일 발사를 사실상 옹호하고 안보 체계를 흔드는 안이한 자세"라고 반박했다.

열린우리당의 일부 의원도 비판 쪽에 무게를 두었다. 당 비대위 위원인 이석현(3선) 의원은 "안보 문제를 정치적으로 악용했던 시대도 나빴지만 정부가 안보 문제에 기민하게 대응하고 있다는 믿음을 못 주는 것은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너무 이분법적이고 감정적으로 대응한 것 같다"(우상호 대변인)는 목소리도 나왔다. 서주석 수석의 글에 대해선 최성 의원이 "부적절한 브리핑이었다. 대통령의 안보보좌에만 전력을 기울이겠다는 답변을 기대한다"고 주문했다.

한편 김근태 의장은 이날 "정부는 매뉴얼대로 했다지만 국민에게서 '매뉴얼대로 하면 다냐'고 지적받는 게 당연하다"고 말했다. 이종석 통일부 장관이 6일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에서 "(대응을)잘했다는 것은 아니지만, 매뉴얼에 따라 대응한 것"이라고 발언한 데 대한 평가였다.

서승욱.이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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