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 출처 조사 아니냐" 민감한 반응|종교 단체 수지 실태 조사 과연 성공할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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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정부가 최근 교회·사찰 등 종교 단체의 수입·지출 실태 조사에 나섬으로써 정부와 종교계 사이에 미묘한 기류가 흐르는 가운데 종교 단체의 재산 상태에 관한 세인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종교 단체들은 단순한 통계 목적이라면 수지 실태를 굳이 숨길 것은 없다는 반응이다.
일부 단체는 정부를 못 믿어 조사를 기피하려는 경향도 나타내고 있다.
경제기획원 조사 통계국은 내년부터 우리 나라에서도 지역 소득 추계 (GRP)를 새로이 작성, 발표한다는 계획 아래 종교 단체가 받고 있는 헌금·입장료 등 수입과 인건비·전도비 등 지출 동향에 대한 통계 조사를 실시키로 하고 1단계로 개신교 교회 2천개, 불교 사찰 6백50개를 대상으로 지난 10일 설문 조사지를 일제히 보냈다.
경제기획원이 종교 단체에 대해 수지 실태를 조사하려는 목적은 국민 소득 추계 방식이 78년 이후 신 SNA (국민 계정 체계)로 바뀌었기 때문. 과거 구 국민 계정 체계에서는 산업에서만 부가가치가 생산되는 것으로 간주했으나 신 국민 계정 체계에서는 정부·민간 비영리 단체·가계 등 소비 주체가 생산하는 서비스도 부가가치를 파악해 국민 소득에 포함시키도록 되어 있다.
따라서 지역 소득 추계도 이를 작성하려면 당연히 민간 비영리 단체의 하나인 종교 단체의 수지 실태 파악이 불가피했던 것이다.
물론 비영리 단체에는 종교 단체 외에 정당·각급 학교·사회 복지 단체 등도 포함되지만 이들 기관은 선거관리위원회, 시·도 교육위원회의 결산서를 이용할 수 있으나 종교 단체는 그러한 간접 자료도 없어 직접 설문 조사에 나서게 됐다고 설명하고 있다.
물론 정부측의 사전 작업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아무래도 종교 단체에 조사를 나선다는 자체가 사회적으로도 민감할 수밖에 없어 경제기획원은 조사에 앞서 지난 5월 개신교·불교 종단 지도자들을 찾아 조사 목적을 설명하고 납득을 구했다.
또 조사 방법도 조사 통계국 직원이 직접 현지에 나가 조사를 하는게 원칙이나, 가급적 마찰을 피하기 위해 종단에 설문지를 보내 종단 목사·전도사나 스님들이 조사에 나서는 방안을 택하기로 했다.
경제기획원 조사 통계국은 설문지 회수 시한이 오는 8월5일까지로 아직 기한이 당도하지는 않았지만 제대로 조사가 이뤄질지 우려하고 있다.
물론 지역 소득 추계는 우리만이 아니라 미국·캐나다·일본 등 대다수 선진국들이 이를 작성, 발표하고 있다. 특히 일본은 현 단위까지 이를 작성, 현민 소득 추계를 매년 발표하고 있으며 통계 작성을 위해 종교 단체에는 우편 조사를 통해 수지 실태를 조사하고 있다.
종교 단체의 헌금·시주금 등 재산 내용은 우리의 경우 대부분 베일에 가려져 있고 이를 파악하기 위한 조사가 과거 종교 기관을 통해 이뤄진 적은 있으나 그때도 조사 대상이 일부 종교에 국한되었을 뿐이다. 정부로서는 사실 헌금·시주금의 전체 규모를 간접적이나마 가구의 소득·지출 조사를 할 때 지출 항목 중 종교비를 토대로 파악할 수는 있다. 지난 87년 전 도시 가계의 월 평균 종교비는 4천3백77원으로 전체 지출 (43만8천8백76원)의 1%를 차지했다.
경제기획원은 이번 개신 교회·사찰 등에 대한 1단계 조사가 끝나면 문공부에 등록된 카톨릭·원불교 등 나머지 종교 단체에도 수지 실태 조사에 나서 이를 오는 10월말까지 완료할 계획이다.
그러나 이번 조사가 자금 출처 조사나 하는 것처럼 일부 오해가 생기자 상당히 난감해 하고 있다.
따라서 조사 통계국은 『종교 단체의 수지 실태 조사는 통계 목적에만 사용될 뿐 개별 기관의 실태는 일체 공표하지 않을 뿐 아니라 자료 자체도 소각 처리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만약 통계를 통계 목적 이외에 사용하면 앞으로 정부가 작성하는 다른 통계들도 조사하게 될 수 없는 상황이 됨은 물론 이는 통계법에도 보장 돼 있다는 설명이다.
조사 통계국은 이번 조사를 종교 단체가 스스로 작성하도록 함으로써 통계의 신뢰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데 대해 『종교 단체가 정확히 조사에 응해 줄 것을 의심치 않는다』고만 말했다. <장성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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