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묘한 미·중·러 3각 관계 속 시진핑 주석 다음주 러시아 국빈방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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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27일 제2회 일대일로 포럼에 참석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행사장에 함께 입장하고 있다. [중앙포토]

지난 4월 27일 제2회 일대일로 포럼에 참석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행사장에 함께 입장하고 있다. [중앙포토]

 미·중 무역 전쟁이 전방위로 격화되는 가운데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다음 주말 러시아를 방문한다.
미·중 사이에서 몸값이 높아진 러시아를 놓고 미·중 두 나라의 구애가 뜨거워지고 있다.
루캉(陸慷)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9일 정례 브리핑에서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초청으로 시진핑 주석이 오는 6월 5일부터 7일까지 러시아를 국빈방문한다”며 “23회 상트페테르부르크 경제포럼에도 참석한다”고 발표했다.
지난 4월 26~27일 베이징에서 열린 제2회 일대일로 포럼에 이어 40일 만에 만나는 시 주석과 푸틴 대통령이 긴밀한 밀월관계로 보이지만 내부 사정은 미묘한 것으로 전해진다.
중·러 엇박자는 지난 13~14일 러시아 남부 휴양도시 소치에서 벌어진 미·중·러 3각 연쇄 회담에서 일어났다. 13일 왕이(王毅)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러시아 남부 휴양도시 소치에서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과 회담을 가진 데 이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회견을 가졌다. 중국 내부 사정에 정통한 소식통은 최근 “왕이 국무위원이 당시 푸틴 대통령으로부터 무역 전쟁에서 러시아의 지지를 얻는 데 실패한 것으로 전해진다”고 말했다.
13일은 중국 공산당 수뇌부가 모여 5월 정치국 회의를 열고 미국과 무역 전쟁을 결정한 당일이다. 이날 중·러 공동 기자회견에서 왕이 국무위원은 “중·러 양자 관계는 역사상 최고 수준에 도달했다”며 “현재 중·러 관계는 풍경이 비할 바 없이 좋지만 우리가 처한 세계는 혼란이 무성하다”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은 “우리는 중요한 국제와 지역 문제에서 깊이 있는 소통으로 중·러 전략 및 정치적 상호 신뢰를 더욱 공고히 하자”고 말했다고 중국 외교부는 발표했다.
다음날인 14일 푸틴 대통령과 라브로프 장관은 소치를 찾아온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과 각각 회견했다. 회담 후 폼페이오 장관은 “나는 우리(미국과 러시아)가 같은 목표를 공유하고 있다고 생각하며 우리가 협력(work together)할 수 있는 방안을 찾을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폼페이오 장관의 발언은 트럼프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의 각별한 케미스트리를 연상시켰다.
오는 6월 말 일본 오사카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담은 미·중 패권 경쟁의 격돌장이 될 전망이다. 승기를 잡기 위해서는 우군을 최대한 늘이는 것이 시급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일본 국빈 방문으로 미·일 동맹을 전례 없이 공고히 다졌다. 다음 주 시진핑 주석이 푸틴 대통령을 만나 러시아를 우군으로 다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베이징=신경진 특파원 shin.kyung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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