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6 벤처 신화' VK 최종부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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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중견 업체로는 유일하게 자체 브랜드로 휴대전화를 생산하던 VK가 결국 최종 부도를 냈다.

VK는 17억8100만원의 어음을 결제하지 못해 최종 부도 처리됐다고 7일 밝혔다. VK는 지난달 26, 27일에도 각각 35억원과 28억원의 어음을 막지 못해 1차 부도 처리됐다가 그 다음날 가까스로 어음을 결제해 최종 부도를 면했지만 속속 돌아오는 어음을 끝내 막지 못했다. 증권선물거래소는 7일 VK를 관리종목으로 지정했다. 코스닥의 VK 주식은 11일까지 거래가 정지되며, 그 후 정리매매를 거쳐 상장 폐지 절차를 밟게 된다. VK는 자금난에 시달리던 지난달 초 유상증자를 통해 118억원을 조달했었다. 주식 투자자 이외에도 170여 납품업체, VK에 100억원을 빌려준 SK텔레콤, 농협.기업은행 등 채권단도 피해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에 앞서 6일 VK는 "20억~30억원의 긴급자금만 투입되면 회생이 가능하다"며 채권단 공동관리(일종의 워크아웃)를 신청했지만 채권단은 상거래 어음을 결제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이를 수용하지 않았다. 이 회사가 앞으로 결제해야 할 상거래 채무는 976억원(3월 말 기준)에 달한다.

VK는 6일 저녁 수원지법 파산부에 보전처분명령신청서와 회생절차개시(법정관리) 신청서를 접수시켰다. 수원지법은 7일 채권.채무를 동결하는 보전명령 결정을 내렸다. VK 측은 "7일 이전에 발생한 일체의 금전채무에 관하여 변제 또는 담보 제공을 못하도록 명시돼 있어 정상적인 영업 활동을 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 이철상 VK 사장은=대표적인 386 운동권 출신 벤처기업인이라는 점에서 주목받아왔다. 서울대 경제학과 87학번으로 1991년 서울대 총학생회장과 전대협의장 권한대행으로 활동했다. 졸업 후 민족민주주의민족통일전국연합 정책부장과 부대변인 등으로 활동하다가 97년 9월 '바이어블 코리아'란 이름의 휴대전화 전지업체를 세웠다. 2차전지 가격이 폭락하자 2001년 발 빠르게 GSM(유럽이동통신방식) 휴대전화 제조로 사업 방향을 바꿨다.

서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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