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톡 대화목록에 광고창…김범수 올해 화두는 ‘B2B’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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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김범수 카카오 의장. [사진 카카오]

김범수 카카오 의장. [사진 카카오]

2017년 인공지능(AI), 2018년 블록체인, 그리고 올해는 B2B(기업간 거래).

“카카오 B2C 서비스로 컸지만 #수익은 B2B 분야서 내야 한다” #3월 기업 상대 서비스 대거 출시 #광고창 도입, 소비자 반응이 변수

매년 키워드로 신사업을 강조해 온 김범수(사진) 카카오 의장이 올해는 B2B에 주목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달 30일 카카오 내부를 잘 아는 관계자에 따르면 “김 의장은 올해 카카오 임원과의 대화에서 여러 차례 ‘카카오가 B2C 서비스로 성장했지만, 수익은 B2B 분야에서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전했다. 수년간 매출이 늘었지만, 수익성은 강화되지 않은 데 대한 돌파구로 B2B를 주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 의장의 ‘키워드 경영’은 실행력이 높다. 김 의장이 키워드를 던지면 카카오 구성원들이 곧바로 조직을 신설하고 업무를 시작하기 때문이다. 올 들어 ‘B2B를 통한 수익성 강화’를 강조하면서 실행에 속도가 붙고 있다. 핵심은 온 국민이 사용하는 카카오톡 플랫폼을 기업들이 비즈니스 공간으로 활용하고, 소비자들은 보다 편하게 상품이나 서비스에 접근하도록 활용하는 데 있다.

카카오는 이달 중 새로운 광고 서비스를 계획하고 있다. 카카오톡 대화 목록 중간에 기업의 광고 창이 뜨는 서비스다. 카카오톡 사용자가 이 창을 터치하면 해당 기업이 올린 광고 영상 등을 볼 수 있다. 카카오 관계자는 “카톡 대화창 리스트에 기업들의 광고 노출 요청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서비스 개시를 앞두고 내부적으로 조사한 결과 광고 창 등장에 대한 소비자 반응은 우호적이지만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카카오 측은 “소비자 사용 편의를 최대한 해치지 않으면서 기업 광고를 노출하는 방식을 고민 중이고 조만간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B2B 비즈니스 모델은 지난 3월에도 대거 출시됐다. 카카오는 ‘카카오싱크’, ‘스마트메시지’, ‘비즈니스 인증’ 등 서비스를 한꺼번에 내놨다. 카카오싱크는 카톡 이용자가 클릭 한번으로 기업 회원으로 가입하도록 돕는 서비스다. 스마트 메시지는 기업이 고객들에게 보낸 시범 메시지 10개 가운데 가장 고객 반응이 좋은 메시지를 전체 회원에게 발송할 수 있는 서비스다. 비즈니스 인증은 카카오톡에서 기업 고객을 친구로 추가할 때 사전에 각 기업의 인증 절차를 거쳐, 이용자가 안심하고 추가할 수 있도록 검증하는 절차다.

김 의장의 키워드 경영이 실무로 이어지고 성과로 나타난 건 올해가 처음이 아니다. 2017년의 경우 김 의장은 연초부터 AI를 강조했다. 그러자 AI 전담부서인 AI랩이 구성됐고 2월엔 곧바로 인공지능 관련 자회사 ‘카카오브레인’도 설립됐다. 김 의장은 카카오브레인의 초대 대표이사를 직접 맡아 지난해 9월까지 진두지휘했다. 올해 들어 현대차 쏘나타에 탑재된 인공지능 플랫폼 ‘카카오 i’가 AI랩의 작품이다.

김 의장은 지난해 연초엔 블록체인을 강조했다. 그러자 3월에 바로 블록체인 전문 자회사 ‘그라운드 X’가 신설됐다. 그라운드 X는 블록체인 분야 규제가 많은 국내를 피해 일본에 설립된 뒤 지금은 블록체인 개발 핵심 조직으로 성장했다. 카카오 관계자는 “오는 6월 그라운드 X가 글로벌 시장용 블록체인 플랫폼을 출시할 예정”이라며 “블록체인을 앞세워 국내 기업인 카카오를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시키는 전략을 그라운드 X가 수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카카오 관계자는 “김 의장이 내놓는 키워드는 국내외 IT 동향과 카카오의 성장 전략을 함께 고민하는 과정에서 나온 결과여서 카카오뿐 아니라 국내 IT 업계에 던지는 의미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박태희 기자 adonis55@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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