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협·농협·현금수송차 강도 앞엔 '열린 금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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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29일 오전 인천시내 새마을금고에 20대 복면강도가 침입해 현금 3천여만원 등 7천여만원을 강탈해 달아났다.

또 경남 진해시내 농협에서 2천5백여만원을 털어 달아나던 40대가 주민들에게 붙잡혔다. 이날 새벽에는 경마로 1억6천여만원을 빚지고 고민하던 40대가 경기도 광주시 퇴촌면 동광농협 숙직실 창살을 부수고 침입하려다 경찰에 체포됐다.

이에 앞서 지난 26일 대전시내에서는 현금 7억5백만원이 실린 현금 수송차량이 도난당했다. 지난 1월 22일 불과 3㎞ 떨어진 곳에서 현금 4억7천만원을 싣고 있던 현금 수송차를 도난당한 지 8개월 만에 벌어진 같은 수법이었다.

경찰은 빚에 쪼들리던 20대 주부가 지난달 26일 청주시내 새마을금고에 장난감 총을 들고 들어가 현금 1천5백만원을 강탈한 것처럼 앞으로 경비가 허술한 금융기관이나 현금 수송차를 노리는 강도사건이 잇따를 것으로 보고 긴장하고 있다.

◇범행=29일 오전 8시30분쯤 인천시 중구 율목동 새마을금고 송북분소에 가스총을 든 20대 복면 강도가 침입해 16분 만에 7천여만원을 털어 달아났다.

범인은 李모(29)씨 등 여직원의 손발을 묶고 가스총으로 위협, 금고문을 열게 한 뒤 현금 3천4백70만원과 수표 3천5백70만원 등 7천여만원을 가방에 담았다.

범인은 李씨가 누른 비상벨을 듣고 출동한 사설 경비업체 직원 陳모(26)씨에게도 가스총을 겨누며 위협, 금고에 감금하고 달아났다. 경비업체로부터 신고를 받은 경찰도 근무 교대시간과 겹쳐 10여분 뒤 늑장 출동했다.

또 이날 오전 9시10분쯤 경남 진해시 죽곡동 웅천농협 죽곡지소에서 金모(40.전남 여수시)씨가 현금지급기에 넣으려던 2천5백만원이 든 현금통을 낚아채 달아나다 주민들과 격투 끝에 붙잡혔다. 金씨는 사업 빚 7천만원을 갚기 위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알려졌다.

◇왜 범행 잦나=경찰청이 최근 한나라당 원유철 의원에게 제출한 국감 자료에 따르면 은행권의 경우 경비원을 배치한 점포가 90%를 넘지만 새마을금고와 신용협동조합 등 제2금융권 점포는 전체 9천1백여곳 중 6.9%인 6백33곳에 지나지 않았다.

또 은행권의 63.8%가 현금수송을 전문업체에 맡기고 있는데 비해 제2금융권 점포의 경우 90% 이상이 자체적으로 수송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김녹범(金綠範) 경찰청 방범기획계장은 "전국 은행.새마을금고.신용금고 지점이 1만7천여곳 있지만 1만곳 이상은 경비원이 없거나 보안 시스템을 제대로 갖추지 않고 있다"며 "강도를 당해도 보험회사에서 피해를 보상하기 때문에 보험료율이 좀 높아지는 것 말고는 불이익이 없어 금융기관들이 경비를 소홀히 하는 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정영진.이상언 기자

*** 2003 금융기관 강도일지

1.22 대전에서 4억7천만원 실린 현금수송차량 도난

8.6 경기 파주 교하농협 운정지점에 2인조 권총강도 1억여원 강탈

8.26 청주 새마을금고에서 20대 주부 장난감총으로 1천5백만원 강탈

9.4 서울 중랑구 새마을금고 근처서 현금수송차 털려던 20대 여성 체포

9.26 대전에서 현금수송차량에 실린 7억5백만원 도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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