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락·폭등 갈피 못잡는 증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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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위기의식 팽배>
○…증시 주가의「폭락」과「폭등」현상이 반복되고 있다.
지난 4월1일 종합주가지수 1천7·77을 기록. 사상최고치를 나타낸 이래 옆 걸음 질 치기 시작한 주가는 지난달 21일부터 본격적인 내리막길로 접어들기 시작, 연10일째 폭락하면서 1일 현재 심리적인 마지노선으로 여겨졌던 8백50선마저 무너졌으나 3일에는 개장 초부터 10포인트 이상 뛰는 폭등세로 돌아섰다.
이에 따라 투자심리를 나타내주는 기술적 지표인 투자심리 선이 바닥에 접근, 투자심리가 실종되고 있는 상황이어서 증시가 이미 자생력을 잃었다는 분석도 한때 나왔으나 하루만에 「옛이야기」가 되어버렸다.
이처럼 주가가 폭락과 폭등을 거듭하고 있는 것은 기본적으로 주가를 떨어뜨리는 것은 「시장」이요, 올리는 것은「소문」이라는 파행적 주가 행진의 악순환이 거듭되기 때문.
다시 말해 그간 비정상적으로 너무 오른 주가가 경제운용상황이나 자금사정 등 시장적 상황에 의해 제자리를 찾아가는 움직임이 한번 보일라치면 투매 현상이 일어 주가가 폭락하고, 그러다가 무슨 조그마한 조치라도 있다는 소문만 돌면 마구잡이로 달려들어 모처럼의 「약효」를 서로「탕진」해 버리곤 하는 투자관행이 폭락·폭등의 주범이라는 것이다.
이 같은 상황에선 도대체 장기·안정적 투자를 유도한다는 정책목표가 발붙일 곳이 없어 당국으로서는 백약이 무효인 실정.
더구나 3일의 폭등강세를 불러온 부양책 발표 설이 사실무근으로 드러날 때 현재의 약세기조하에서 주가하락은 불가피하다는 게 증시관계자들의 공통된 견해.

<당국「정도」주장>
○…이번에도 예외 없이 특별담보대출이니 증권주의 신용거래허용이니 하는 근거 없는 부양책 소문이 나돌자 재무부는 매우 언짢은 표정.
재무부 당국자는『증시대책이라는 것도 실물·통화·세제 등 다른 정책목표와 상충되지 않도록 마련되어야지 떨어지는 주가를 받친다는 것이 정책의 제1목표가 될 수는 없는 일』 이라고 잘라 말하고『정부의 주가 불개입원칙은 변함이 없으며 다만「증시부양」차원이 아니라「통화관리」차원에서 7월의 통화 채 발행계획을 조정하는「정도」를 생각하고 있다』 고 강조.
이 당국자는 또『실권주를 방지하기 위해 유상증자 신주발행가 기준 일을 청약 일에 근접시키는 방안을 검토하고는 있으나 이것도 의도적인「부양」과는 거리가 먼 일』이라고 밝히고『시가발행 할인율 10%는 불변』이라고 다시 천명.

<증권사에 불만>
○…최근 증권사들은 재무부에 대해 ▲환매채를 만기이전에 되팔수 있도록 해주고 ▲증권거래세율을 인하해주며 ▲BMF(통화채권펀드)의 회사채편입비율을 높여줄 것 등을 건의하고 있으나 재무부는 이를 놓고 증권사들이 자기 앞가림만 하려는 것이라며 비난.
재무부는 특히 보험사·투신사 등 다른 기관투자가들과의 형평을 거론하면서 예컨대 지난달만 해도 증권사들에는 통화채권을 한푼도 새로 인수시키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증권사들이 일반투자자와 같이 매도에 가담해 주가를 떨어뜨리는데 앞장섰다고 지적.
한 관계자는『주식투자를 하는 사람들만 아우성이지 한 걸음 물러서서 증시를 바라보는 사람들 중에는 그동안의 주가가 이상했지 지금 이 정상이라는 사람도 많은데 이런 말들은 왜 여론화되지 않는지 모르겠다』며 강한 불만을 표시. <김수길·박의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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