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단 부활했다, 앙리와 발맞춰서 …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5면

경고 누적으로 토고와의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에 결장하게 될 때만 해도 쓸쓸히 그라운드를 떠나는 줄 알았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그의 참모습은 빛을 발하고 있다.

2006 독일 월드컵을 끝으로 현역 은퇴를 선언한 프랑스 대표팀의 '중원 사령관' 지네딘 지단(34.레알 마드리드).

지단은 2일(한국시간) 프랑크푸르트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최강 브라질과의 독일 월드컵 8강전에서 후반 12분 티에리 앙리의 결승골을 도와 팀의 4강행을 이끌었다. 국제축구연맹(FIFA) 기술연구그룹(TSG)은 득점자 앙리가 아닌 지단을 경기 최우수선수로 선정했다.

8년 전 프랑스 월드컵 결승에서 브라질을 상대로 혼자 두 골을 몰아넣어 3-0 승리와 함께 우승컵을 안긴 지단은 또다시 '삼바군단'을 눈물짓게 했다.

지단은 스페인과 16강전에서 다리를 다쳐 이후 팀 훈련에 불참하기도 했지만 이날 변함없이 주장 완장을 차고 '아트사커' 프랑스의 중원을 호령했다.

전반 두 차례의 직접 프리킥이 수비벽에 걸리기도 하고 몇 차례 패스미스를 하기도 했지만 전매특허인 '마르세유턴' 등 화려한 개인기와 농익은 플레이를 펼치며 프랑스의 공격을 이끌었다.

후반 12분에는 상대 미드필드 왼쪽에서 얻은 프리킥을 오른발로 감아차 문전으로 쇄도하던 앙리의 득점을 어시스트 했다. 스페인과 16강전(3-1 승)에서 경기 종료 직전 쐐기골을 꽂아 넣은 데 이어 이번 대회 2경기 연속 공격 포인트다.

대회 개막 직전 세 차례 평가전과 대회 조별리그에서 이렇다 할 활약을 보이지 못했지만 불명예스러운 퇴장은 용납할 수 없다는 듯 갈수록 투혼을 불사르고 있다.

이날 프리킥 하나로 앙리와 호흡 문제에 대한 논란도 잠재웠다. 지단이 앙리의 골을 어시스트 한 것은 함께 출전한 A매치 57경기 만에 처음이다.

지단에게 곱지 않은 시선을 보냈던 프랑스 축구팬들은 이날 지단이 프리킥을 차려는 순간 그의 애칭인 '지주'를 연호하며 다시 애정을 보이기도 했다.

지단은 경기 후 "이제 결승에 가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여기서 멈추지 않을 것이다"며 "우리는 브라질을 상대로 성과를 거둬야 했고 현실로 이뤄냈다"고 말했다.

프란츠 베켄바우어 조직위원장은 "예전처럼 훌륭한 플레이를 하는데도 지단이 왜 은퇴하려는지 모르겠다. 계속 뛰어야 한다"고 말했고 펠레는 "지단은 마술사였다"며 찬사를 보냈다.

한편 앙리도 이날 브라질을 8강에서 '퇴출'시키는 결승골을 뽑아내 월드컵 무대 16강 이후 토너먼트에서 기다리던 자신의 첫 골을 뽑아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3회 연속 득점왕에 올랐고 아스널에서 이언 라이트의 통산 득점기록(185골)을 넘어서며 '전설'이 됐지만 대표팀에서는 늘 '결정타'가 부족했다는 평가를 들었다.

앙리는 경기 후 "오늘 승리는 행운이 아니다. 우리는 사전에 철저하게 전술을 준비했고 그 전술에 따라 움직였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