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신 보도되자 입북 경로 바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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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전대협 소속 임수경양의 제3국을 통한 평양행은 지난 10일부터 극비리에 추진돼온 것으로 밝혀졌다.
전대협은 당국의 평양 축전참가 불허 방침이 결정되자 외적으론 대정부 투쟁을 벌이는 한편 실질적인 평축 참가 방법을 강구, 전문환 전대협 축전 준비 위원장(22·서강대 총학생회장),임종석 전대협 의장 (23·한양대 총학생 회장),정책 기획실 간부 등 3명이 이를 계획했다.
전문환 위원장은 정책기획실 간부에게 전대협을 대표해 평양축전에 참가할수있는 적당한 인물 모색을 요청, 10일 신원과 투쟁의지가 확실하며 여권도 소지하고 있는 임양을 소개받았다.
그러나 전군은 당시 국내 여건을 고려, 임양 파견을 결정할 단계가 아니라고 판단해 임양과 계속 접촉할 것만 지시하고 구체적인 실행은 유보했었다.
전대협은 평축 참가를 위해 가능한 한 모든 방법을 동원한다는 입장에 따라 지난 l6일 오후 김대중 평민당 총재 주선으로 평민당사에서 이홍구 통일원 장관과의 면담자리에서 자신들의 종전 입장을 수정, 정치 행사가 주가되는 평양축전에서 정치행사에는 참여치 않고 문화·체육행사에만 참가하며 참가단 규모 및 제반 절차도 정부와 협의해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전대협의 이 같은 입장 전환에도 불구, 당국의 평축 참가 불허 방침에 별다른 변화가 없자 전군은 임양을 평양에 보내기로 결심, 지난 10일 임종석 의장과 상의한 뒤 20일 오전 6시 연세대 학생회관 4층 「무악극장」에서 임 의장·전 축전 준비위원장·임양·정책기획실 간부 4명이 만났다.
이 자리에서 임 의장은 임양에게 『임 학우를 전대협 축전참가 대표로 인정하며 임 학우에게 최대한의 협조를 제공할 것』을 북한측에 요청하는 내용의 협조 요청서를 전달했다.
임양은 정책 기획실간부의 주선으로 12일 1년짜리 일본행 관광여권을 발급 받아 21일자 동경행 비행기표까지 끊어놓은 상태였으나 비자 성격·발급 경위는 전대협측이 일체 비밀에 붙이고 있다.
임양이 출국한 21일 AFP통신이 『한국 학생 대표단이 제3국을 거쳐 평양으로 가기 위해 출국했다』고 보도, 전대협측은 임양의 평양행 경로를 수정해야했다.
당초 임양은 북경을 거쳐 평양으로 갈 예정이었으나 출국 사실이 보도되자 전대협측은 유럽 서베를린을 거쳐 동베를린을 통해 평양으로 가는 경로를 구상하게 됐다.
이 때문에 임양은 비행기표·비자 등을 준비하기 위해 1주일간 일본 동경에 체류할 수밖에 없었다.
임양은 29일 서베를린을 거쳐 동베를린에 도착했으며 이곳에서 평축 참가에 즈음한 전대협 기자회견을 갖고 평양으로 가 7월1일부터 8일까지 축전에 참가한다.
임양은 이기간중 전대협 대표 자격으로 북한 학생 대표와 회담하고 「남북 청년학생 공동선언문」에 서명할 예정이다.
임양은 또 평축에 참가한 외국학생들이 참가하는 가운데 7월20∼27일 개최되는 백두산에서 판문점에 이르는 「한반도 평화와 통일을 위한 대장정」에 참가한 뒤 판문점을 통해 귀국할 예정이다. <진세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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