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국영화」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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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시국소재 영화들이 방화계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대개 5공의 각종 비리와 요즘의 사회상을 정면으로 다루거나 풍자의 형식을 빌려 고발하는 이영화들에 대한 관객의 관심과 호응도도 높다.
대표적인 예로 이른바 X양 스캔들을 다룬 『서울무지개』의 경우 서울 개봉관에서만 27만명의 관객동원이라는 대기록을 세웠다.
또 권력층의 치부 음모를 다룬 『랏슈』, 엽색행각을 그린 『빨간 여배우』등 현재 상영중인 영화에도 많은 관객이 몰리고 있다. 특히 시국고발영화는 패기에 찬 신진감독들이 승부를 걸고 있어 방화계에 신선한 바람을 넣고 있다.
워낙 5공 전체가 거대한 비리덩어리처럼 비춰지고 있어 잘만 짜내면 소재는 얼마든지 있는 셈이다. 여기에 젊은 감독들의 작가정신이 불붙어 시국고발영화가 줄지어 나올 전망이다.
『탓슈』『빨간 여배우』외에 최근 완성됐거나 제작중인 이런 유의 영화는 『구로아리랑』『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시비시비』『야한 여자의 큰손』등.
『구로아리랑』은 열악한 근무환경 속에서 시들어가는 노동자들의 좌절과 이를 극복해내는 그들의 분노를 담고 있다.
영화아카데미 1기 출신인 박종원감독의 데뷔작으로 배역진을 거의 모두 신인들로 짜고 구로공단 현지촬영으로 일관해 제작당시부터 많은 화제를 모았던 영화다.
『빨간 여배우』는 권력의 노리갯감으로 유린당하는 여배우들의 뒷생활을 그린 작품으로 유신시대 이래 항간에서 나돌던 여배우들의 권력층 수청을 「사실에 입각」해 그렸다.
연기위로부터 『여배우들의 사생활을 왜곡한 선정적 상업주의 영화』라는 항의를 받기도 했는데 연출을 맡은 신승수감독은 『있었던 사실을 인권보호차원에서 고발했을뿐』이라고 밝혔다.
거듭되는 트릭의 반전효과로 풍자의 재미를 느끼게 하는 『탓슈』는 권력의 음흉한 치부과정을 소재로 삼았다.
부정한 돈의 행방을 따라가다 보면 그 최종 귀착지가 5공때의 누구라는 것을 느끼게 된다는게 연출을 맡은 이봉원감독의 얘기다.
한편 『시비시비』는 불신과 비리가 횡행했던 5공의 전반적인 사회상을 그렸고 『야한 여자의 큰손』은 장영자사건을 빗대어 「손 큰 여자들」의 실태를 다루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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