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산별곡』은 이규보 작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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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고려가요 『청산별곡』은 이규보(1168∼1241)의 한시를 번역·재구성한 것이며 청산에 대한 부정적 시각과 권력에의 향수가 주제라는 새로운 해석이 나왔다.
공주사대 강헌규교수가 최근 학계에 발표한 「청산별곡 신석」이라는 논문은 이같은 해석과 함께 작자를 이규보 자신, 혹은 그의 시를 이해한 조금 후대의 지식인이라는 추정도 시도하고 있어 국문학계의 반응이 주목된다.
지금까지 『청산별곡』의 작자에 대해서는 ▲정서 ▲목은 이장▲목은과 같은 처지에 있는 사람 ▲속세를 도피, 은일한 평민문사 ▲『한림별곡』의 작자들에 못지 않은 지식층등 다양한 갈래의 추정이 나온바 있다.
강교수는 이같은 추정의 근거로 제1연 「살어리 살어리랏다/청산에 살어리랏다/멀위랑달래랑먹고/청산에 살어리랏다」에 등장하는 청산이라는 단어가 이규보의 한시에서 수없이 나타나고 있음을 예시했다. 또 청산과 같거나 유사한 의미를 갖는 청장·벽산등의 단어도 그의 한시에서 빈번히 사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밖에 2연의 「우는새」, 3연의 「물에 비친새」, 4연의 「지내기 어려운밤」, 5연의 「바다」, 6연의 「돌」, 7연의 「사슴」, 8연의 「술」등 중심 시어가 모두 이규보의 한시에서 수시로 사용되었다는 사실도 지적했다.
강교수는 이와 함께 『청산별곡』의 별곡은 중국계의 악부·악장·정악·아악에 대칭되는 「자기들의 노래」, 즉 속악 또는 향악의 노래이름으로 보았다.
결국 『청산별곡』은 한문으로 쓴 이규보의 청산에 대한 「정곡」을 다시 고려어로 옮겨쓴 것이라는 결론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같은 결론은 『청산별곡』이 ▲1연부터 4연까지의 전편이 5연부터 8연까지의 후편 각연에 철저히 대구를 이루고 있고 ▲전후편이 각기 한시의 기승전결에 대응되는 정연한 구성방식을 취하고 있으며 ▲철저한 논리적 구조를 갖추고 있는 점등으로도 뒷받침된다는 것이다.
강교수는 이규보원작설을 전제할 경우 청산에 대한 시각은 지금까지 알려진 바와는 전혀 달리 부정적인 것으로 파악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그것은 이규보의 한시에 드러난 자연에의 동경은 대부분의 고려·조선시대 문인들과 마찬가지로 관념적·허식적인 것이었으며 본마음은 늘 권력의 중심지인 개성과 그곳에서 기원하는 권세에의 향수로 가득차 있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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