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정치권에 거듭 소환됐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에 의해서다.
손 대표는 1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미세먼지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 정부와 시민이 직접 참여하는 범사회적 기구가 필요하다”면서 “위원장으로는 반기문 전 총장이 적임자”라고 주장했다. 이어 “반 전 총장은 최근 ‘보다 나은 미래를 위한 반기문 재단’의 이사장을 맡아 환경 문제에 대한 글로벌 식견을 가진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며 “미세먼지 문제 해결에 국제적 공조가 필요한 만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신뢰를 유지하는 것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손 대표의 '반기문 추대론'은 처음이 아니다. 사흘 전인 8일에도 당 최고위원회의 및 확대간부회의에 참석해 미세먼지가 단순히 한 국가의 문제가 아니고, 국내는 물론 국가 간 중재가 필수인 만큼 유엔사무총장을 지낸 반 전 총장의 경력이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며 "반 전 총장은 2015년 파기 기후협정을 성사시킨 국제적 경험을 가지고 있고, 국내에서도 진보와 보수 모두에 신망이 두텁다. 외교 전문가로서 중국을 비롯한 주변국과 미세먼지 문제를 협의하고 중재할 더할 나위 없는 적임자”라고 강조했다.
이같은 손 대표 주장의 배경엔 최근 반 전 총장의 활동도 한몫했다. 반 전 총장은 지난 6일 숙명여대에서 열린 강연에서 “재임 시절 기후변화 대응에 저의 정치적인 생명을 걸었다”고 말하며 환경 문제에 관심을 드러냈다.
또한 이날 손 대표는 “반 전 총장 측에 연락했더니, 아이디어 자체에는 긍정적 반응을 받았다”라며 자신의 발언이 반 전 총장과의 교감 속에 나왔음을 숨기지 않았다.
반 전 총장은 유엔사무총장을 마치고 2017년 귀국하며 대권에 도전하려 했다. 출마 의사를 밝힌 지 20일 만에 도중하차했지만, 당시 새누리당에서 이탈한 바른정당이 반기문 모시기에 적극적이었다. 따라서 정치권에선 손 대표의 연이은 반기문 추대론이 과거의 인연과 맥을 같이하는 거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이에 대해 손 대표는 “반 전 총장이 우리 당 후보도 아니었다. 정치적인 고려는 하지 않았다”라며 “반 전 총장의 전문성, 정치적 중립성 정도면 거부할 이유가 없지 않냐. 정부도 나서서 반 전 총장을 설득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성빈 기자 im.soungbi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