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 바람타고 반기문도 정치권 복귀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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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정치권에 거듭 소환됐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에 의해서다.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6일 오전 서울 용산구 숙명여대 백주년기념관 삼성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초청강연회에서 '세계시민의 관점에서'란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연합뉴스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6일 오전 서울 용산구 숙명여대 백주년기념관 삼성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초청강연회에서 '세계시민의 관점에서'란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연합뉴스

손 대표는 1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미세먼지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 정부와 시민이 직접 참여하는 범사회적 기구가 필요하다”면서 “위원장으로는 반기문 전 총장이 적임자”라고 주장했다. 이어 “반 전 총장은 최근 ‘보다 나은 미래를 위한 반기문 재단’의 이사장을 맡아 환경 문제에 대한 글로벌 식견을 가진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며 “미세먼지 문제 해결에 국제적 공조가 필요한 만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신뢰를 유지하는 것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손 대표의 '반기문 추대론'은 처음이 아니다. 사흘 전인 8일에도 당 최고위원회의 및 확대간부회의에 참석해 미세먼지가 단순히 한 국가의 문제가 아니고, 국내는 물론 국가 간 중재가 필수인 만큼 유엔사무총장을 지낸 반 전 총장의 경력이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며 "반 전 총장은 2015년 파기 기후협정을 성사시킨 국제적 경험을 가지고 있고, 국내에서도 진보와 보수 모두에 신망이 두텁다. 외교 전문가로서 중국을 비롯한 주변국과 미세먼지 문제를 협의하고 중재할 더할 나위 없는 적임자”라고 강조했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가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75차 바른미래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가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75차 바른미래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이같은 손 대표 주장의 배경엔 최근 반 전 총장의 활동도 한몫했다. 반 전 총장은 지난 6일 숙명여대에서 열린 강연에서 “재임 시절 기후변화 대응에 저의 정치적인 생명을 걸었다”고 말하며 환경 문제에 관심을 드러냈다.

또한 이날 손 대표는 “반 전 총장 측에 연락했더니, 아이디어 자체에는 긍정적 반응을 받았다”라며 자신의 발언이 반 전 총장과의 교감 속에 나왔음을 숨기지 않았다.

반 전 총장은 유엔사무총장을 마치고 2017년 귀국하며 대권에 도전하려 했다. 출마 의사를 밝힌 지 20일 만에 도중하차했지만, 당시 새누리당에서 이탈한 바른정당이 반기문 모시기에 적극적이었다. 따라서 정치권에선 손 대표의 연이은 반기문 추대론이 과거의 인연과 맥을 같이하는 거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이에 대해 손 대표는 “반 전 총장이 우리 당 후보도 아니었다. 정치적인 고려는 하지 않았다”라며 “반 전 총장의 전문성, 정치적 중립성 정도면 거부할 이유가 없지 않냐. 정부도 나서서 반 전 총장을 설득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성빈 기자 im.soungb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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