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묘한 성매매 수법, 손금 보듯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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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경의 날(7월 1일)을 맞아 '다모대상' 수상자로 선정된 대구지방경찰청 여경기동수사대 윤순옥(44.경사) 반장은 "정말 기쁘고 보람을 느낀다"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 다모(茶母)는 조선시대 포도청에 소속돼 여성 관련 범죄 수사와 첩보수집을 하던 여자형사. 경찰청은 2004년부터 범인 검거 실적이 뛰어난 여경에게 다모대상을 주고 있다.

윤 경사는 지난 1년간 성폭력.성매매.아동학대 사범 116명을 붙잡아 이 중 11명을 구속했다. 사흘에 한명꼴로 범인을 검거한 것이다. 지난해 초에는 40일간의 청소년 성매매 사범 특별단속에서 28명을 검거(7명 구속)해 개인 실적 전국 2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그는 대구대 생물교육과를 졸업하고 1986년 순경 공채시험을 거쳐 경찰에 입문했다. 교사가 되려고 했지만 교원 적체가 심해 여의치 않자 공무원인 여경이 되기로 마음을 바꿨다고 한다.

그가 수사와 인연을 맺은 것은 92년 4월. 교통계 등 이른바 민생부서에 근무하다 대구 수성경찰서 조사계에 배치된 뒤 꼬박 8년 동안 여성 관련 범죄의 고소.고발사건을 전담 처리했다. 사건을 맡으면 반드시 가해자를 찾아내 사법처리하는 바람에 '남자 킬러' '독종' 등의 별명을 얻기도 했단다. 그는 "피해 여성의 고통을 생각하면 사건을 대충 마무리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윤 경사는 2000년 4월 대구경찰청 여경기동수사대 반장으로 자리를 옮긴다. 그의 수사 능력을 눈여겨 본 대구경찰청의 한 수사 간부가 발탁한 것이다. 4명(남녀 2명씩)의 반원과 함께 여성.청소년 피해 범죄 수사를 맡았다.

"처음엔 막막했어요. 고소.고발 사건과 달리 반원들 스스로 사건을 찾아야 하는데 정보가 너무 없었어요."

윤 경사는 여성단체에 주목했다. 대구여성회 등 10여 곳의 여성 관련 시민단체에 제보를 부탁했다. 시민단체 관계자들에게 "성 범죄는 숨기면 더욱 기승을 부린다. 반드시 가해자를 검거해 처벌하겠다"고 약속했다. 피해 여성들이 하나둘씩 그를 찾기 시작했다.

휴게텔이나 안마시술소.퇴폐 이용업소도 그의 주된 활동 무대가 됐다.

매주 한 차례씩 오후 11시부터 다음날 오전 1시 사이 성매매 의심 업소를 급습한다. 이들 업소는 대부분 입구에 CCTV 카메라를 설치하거나 망보는 사람이 있다고 한다. 그래서 남자 반원들이 손님으로 가장해 잠입한 뒤 불법행위를 적발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했다.

요즘엔 업소 주인들이 단속을 피하기 위해 문을 안에서 잠그고 영업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비밀 통로로 손님을 내보내고 종업원들은 새벽에 퇴근하는 식이란다. 이에 윤 반장 팀은 업소 주변에서 손님과 종업원들이 나오기를 기다리는 경우가 부쩍 늘었다고 한다. 이들이 나오기만 하면 업소를 수색해 불법행위 증거물을 찾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은 과정이란다. 그래서 밤을 꼬박 새우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했다.

윤 경사는 "남편과 중.고생인 아이들에겐 빵점짜리 아내와 엄마지만 여성과 청소년 보호에는 만점짜리 수사관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윤 경사는 30일 경찰청에서 다모대상을 받고 경위로 특진한다.

홍권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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