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Story] '뚝섬 대박' 꿈꾸다 계약금 440억 날릴 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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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부동산 개발업체가 서울 뚝섬에 고급 주상복합아파트와 호텔 등을 지으려다 수백억원의 계약금만 떼일 처지에 놓이자 건설업계에서 말이 많다.

서울시가 지난해 6월 매각한 뚝섬 상업용지 3개 구역(1.3.4구역) 가운데 4구역 5800평을 낙찰받은 부동산 개발업체 피앤디홀딩스의 '뚝섬 스토리'다.

이 회사는 땅을 낙찰받은 지난해 6월 계약금 440억원을 넣은 뒤 잔금 3996억원과 연체이자 490억원을 납부 마감 시한인 29일까지 내지 못했다. 서울시는 계약금을 귀속시키고 땅은 재매각하겠다는 입장이다. 회사로서는 땅에다 말뚝도 박아 보지 못한 채 돈만 고스란히 날릴 처지에 놓이자 29일 법원에 잔금 납부일 연장을 위한 조정 신청서를 냈다. 건설업계에서는 "무리한 개발사업의 실패 사례"로 보는가 하면 "정부가 칼을 깊이 들이대 일을 그르쳤다"는 시각도 있다.

◆ 과당경쟁 부작용에 정부까지 간섭=지난해 6월 서울시가 진행한 뚝섬 상업용지 3개 구역 1만6540평 입찰에는 26개사가 참여해 평균 8.6 대 1의 치열한 경쟁을 보였다. 낙찰가는 평당 5665만~7732만원으로 예정가의 두 배를 웃돌자 거품 논란이 일었다. 특히 피앤디홀딩스가 평당 7732만원에 낙찰한 4구역은 낙찰가(4440억원)가 차점자보다 1000억원이나 많았다.

고가 낙찰에 따른 아파트 고가 분양 논란이 일자 국세청은 지난해 7월부터 넉 달간 3개사에 대해 정밀 세무조사를 벌여 거액의 추징금을 부과했다. 이 때문에 건설업체와 금융기관 등은 뚝섬 사업의 파트너가 되는 것을 꺼렸고 개발업체들은 당초 계획했던 일정을 맞추지 못한 채 시간을 끌었다.

피앤디홀딩스가 지난해 하반기부터 접촉한 건설사만 20곳이 넘는다. 회사 관계자는 "시공 협의를 한 많은 건설사가 정부의 눈치를 보느라 참여를 꺼렸다"고 전했다. 땅값이 비싸 사업을 부정적으로 보는 건설사도 있었다고 한다.

P건설 임원은 "자금 마련 계획 없이 고가에 낙찰받은 개발업체가 자초한 일이지만 서울시가 입찰 일정을 연기하며 낙찰예정가를 높여 결과적으로 고가 입찰을 부추겼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다"고 말했다. H건설 관계자는 "정부도 부동산정책과 관련해 서울시와 감정싸움을 벌이며 세무조사를 통한 간섭으로 사업이 꼬일 수밖에 없는 상황을 조성했다"고 말했다.

◆ 서울시 "원칙대로"=서울시는 계약금을 시에 귀속하고 계약을 해지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서울시 김대근 재무국장은 "계약서대로 이행할 뿐 특정업체를 봐줄 수는 없다"고 말했다.

업체는 법에 기대고 있다. 피앤디홀딩스 임현욱 사장은 "시공을 맡을 건설회사와 자금 지원을 해줄 금융기관과 막바지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며 "두세 달만 연장되면 잔금을 내고 정상적으로 사업을 진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피앤디홀딩스는 29일 법원에 잔금 납부 연기를 위한 조정 신청을 내고 재매각금지 가처분도 신청했다.

뚝섬 상업지구에는 초고층 주상복합 1000가구와 호텔.백화점.문화시설.체육시설 등이 들어선다. 서울시의 강북 개발 U턴 프로젝트 핵심지인 데다 서울숲과도 붙어 있어 고급 수요가 많은 관심을 갖는 곳이다. 내년 상반기에 분양될 아파트는 대부분 50평형대 이상으로 분양가는 평당 3800만원 선으로 예상된다.

함종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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