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Story] 정몽구 회장 보석 이후 현대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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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에 대한 보석이 28일 허가됨에 따라 현대차 경영이 탄력을 받게 됐다. 우선 그동안 차질이 빚어졌던 해외 사업에 다시 시동이 걸릴 전망이다. 현대차는 4월 28일 정 회장이 구속된 뒤 대규모 해외 투자 등은 모두 미뤄놓은 상태다. 10억원 이상 투자나 비용을 집행할 경우 정 회장의 결재를 받아야 하는 의사결정 구조 때문이다. 특히 도요타와 한판 대결을 하고 있는 중국 시장에서는 올 4월 베이징 2공장 기공에 따른 연구소 및 서비스센터 건립 등 후속 투자가 지연돼 왔다.

현대차는 정 회장 구속기간에 부문별 본부장에게 권한을 위임했으나 대규모 투자에 대한 의사결정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여기에 환율 하락에 따른 수익성 악화, 노조 파업 등 악재가 겹치기도 했다. 현대차는 이날 자료를 내고 "법원의 결정에 감사하고 앞으로의 재판에 성실히 임할 것"이라며 "정 회장은 건강을 추스르면서 투명한 기업 경영과 경제 활성화에 이바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 당분간은 재택 경영=정 회장은 앞으로 서울 양재동 현대차 본사 집무실보다 자택에서 건강을 추스르면서 경영 활동을 재개할 것으로 보인다. 보석 이후에도 재판이 계속될 예정이어서 곧바로 경영 일선에 복귀하기보다는 자택에서 다소 시간을 가진 뒤 경영 활동을 재개할 것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현대차는 정 회장의 보석으로 체코 공장이나 기아차의 미국 조지아공장 기공식 등 대규모 해외 사업에 진척이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체코 공장의 경우 지난달 본계약을 체결했으므로 부지 매입 작업이 빠르게 진행될 것이다. 조지아 공장은 착공식이 남아 있다. 하지만 3일 이상 해외출장을 가려면 법원의 허가를 받아야돼 착공식 등을 위한 해외 출장은 어려울 전망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일단 건강을 회복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말했다.

◆ 남은 과제는=정 회장은 해외 공장 프로젝트 외에도 수익성 하락, 노조 파업, 사회공헌기금 구체화 등의 산적한 현안을 해결해야 한다. 현대차는 4월 정 회장 부자의 글로비스 주식 전액 출연을 내용으로 한 '1조원 사회공헌 기금 및 협력업체 지원방안'을 발표했었다. 그러나 이후 주가가 큰 폭으로 떨어져 정 회장 부자는 최소 3000억원 정도의 사재로 충당해야 할 형편이다. 이날 글로비스 주가는 보석 허가 소식에 따라 8.2% 급등한 3만3500원에 마감됐다. 현대차 노조는 임금협상 결렬에 따라 26~28일 부분파업을 했다. 윤여철 울산공장 사장이 노사협상을 해왔지만 그동안 진척을 보지 못했다. 노조는 12년째 파업을 이어오고 있다. 현대차 노조의 파업은 국가공신력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다.

한편 전국경제인연합회.대한상공회의소.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 등 경제단체와 현대차 협력업체들은 정 회장의 보석 허가에 환영의 뜻을 밝혔다. 전경련은 보석 허가에 성명을 내고 "앞으로 현대차그룹의 노사가 합심해 경영에 차질이 오지 않도록 노력해 경제 발전에 기여해 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김태진.임장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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