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북 28년 만에 남 어머니 만난 김영남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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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계월씨가 28일 금강산호텔 이산가족 상봉장에서 납북 28년 만에 만난 아들 김영남씨를 끌어안고 오열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어디 보자 우리, 아이고 우리…."

"막내 맞아, 엄마 막내 맞아."

바다에 빠져 죽은 줄로만 알았던, 꼬박꼬박 제사까지 지내왔던 아들. 어머니는 28년 만에 살아 나타난 그 아들의 목을 끌어안고 목놓아 울었다. "아이고, 우리 아들." 눈물로 세월을 보낸 탓일까, 어머니의 눈에 눈물은 흐르지 않았다. 어머니 최계월(82)씨는 1978년 8월 감쪽같이 사라졌던 아들 김영남(45)씨의 얼굴을 쉴새없이 매만졌다. 앞이마가 훤해질 정도로 장성한 아들은 시종 차분했지만 잠시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17세 까까머리 고등학생 때 군산 선유도 해수욕장에서 북한 공작원에 의해 납북된 것으로 알려진 김씨. 28일 북한 금강산호텔에서 그는 남에서 온 어머니와 누나 영자(48)씨와 상봉했다. 일본인 요코타 메구미(橫田惠.북한이 94년에 사망했다고 발표) 납북 사건의 실체가 드러나며 그녀의 남편으로 존재가 알려진 그의 곁에는 새 부인 박춘화(31)씨, 메구미와의 딸 은경(18.일명 혜경.김일성종합대학생), 아들 철봉(7)이 있었다. 짧은 재회의 시간, 가족은 부둥켜 안고 손을 부여잡으며 생이별의 아픔을 달랬다.

▶김씨=건강하신 모습을 보니 좋구만요. 기쁘구만요.

▶영자씨=어릴 때와 너무 똑같다. 머리도, 목소리도.

▶최씨=이제 죽어도 한이 없다.

▶김씨=오래오래 사셔야지, 막내 아들이 이제 효도 좀 할게요.

▶영자씨=얼굴 모르면 어쩌나 했지.

▶최씨=모르긴 왜 몰라.

▶김씨(큰절하며)=막내아들 걱정 많이 했을 텐데, 불효막심한 아들이 절 드릴게요.

▶김씨=막내 며느리, 아들, 손자 소개할게요.

▶며느리 박씨(큰절하며)=평양 며느리 절 받으세요.

▶철봉(할머니에게 안기며)=할머니, 김철봉입니다.

▶최씨=영락없이 아빠구나.

▶은경(흰 저고리 검정 치마 차림으로 절하며)=절 받아주세요.

▶김씨=이 좋은 날 그런다. 울지마. 얘기하고 그래야지.

▶최씨=그래 고생 많았다.

▶김씨=아버지 언제 돌아가셨어? 막내아들 때문에?

▶최씨=그래 막내아들 때문에…걱정이 태산같았는데.

▶김씨=살아 있으니 다 만나지. 물 좀 잡수시고 진정하세요.

▶최씨=딸 예쁘고 막내도 착하고 며느리도 예쁘고 잘 얻었다.

▶김씨=나 아버지 닮았지? 어머니 상당히 젊었다. 이제부터 계속 젊어지셔야겠다.

금강산=공동취재단, 이상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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