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이 무너지고 있다―전교조 문제, 모두 한걸음 물러서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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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징계와 강행이라는 대결구도로만 치달아온 교원노조 결성이 끝내 우리가 예상하고 우려했던 바의 위험수위에 이르렀다.
노조 결성을 주도했다는 이유로 직위해제된 교사의 징계를 철회하라는 구로고 1천여 시위 학생들 앞에서 2명의 학생회 간부가 3층에서 투신, 중상을 입은 끔찍한 사태가 마침내 발생하고 말았다.
이미 전교조교사에 대한 징계이후 고교생들의 집단 시위가 산발적으로 나타나고 있던터에 발생한 이번 구로고사태는 우리의 중등교육 현장을 걷잡을 수 없는 혼란의 소용돌이로 몰아가는 도화선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리 모두의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교장이 교사를 고발했고, 교사와 교사간에 반목과 갈등이 일어났으며 학부형이 학교로 쳐들어가 노조분회결성을 몸으로 저지하고 노동운동을 벌이는 교사들에겐 자녀교육을 맡길 수 없다고 등교거부운동을 벌이는 사태가 일어나고 있다. 교원노조결성 움직임이 있은지 채 한달이 안된 기간에 일어난 교육황폐화의 단면들이다.
이 황폐화 현상에 만약 증·고생들시위까지 끼어들어 확산된다면 우리의 교육, 우리 자녀의 교실은 난장판으로 변할 수밖에 없다.
처음부터 잘못 시작된 「징계」와「강행」의 대결구도를 지금이라도 그쳐야 한다. 전국의 교사 1천명, 나아가 2천명, 3천명까지 끝없는 징계를 벌인다고 사태가 해결 될 수는 없다. 문교당국은 사법처리만이 문제해결의 길이 아님을 우선 깨달아야 한다.
교육여건과 환경개선을 들고나온 교사집단을 적대시한데서부터 사태는 잘못 번져나간 것이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더이상 사태가 악화되기 전에 더이상 원한과 적대감이 쌓여 지기전에 전교조 교사들을 대화의 상대로 삼아야한다.
교육의 황폐화와 교육의 파국을 이른바 「참교육」의 진정한 목표라고 생각지 않는다면 전교협 교사들도 마땅히 강행중인 분회조직 결성을 중단해야한다. 제 아무리 원대한 교육이념을 지녔다한들 지금 당장 눈앞의 교실·운동장에서 분열이 일어나고 편싸움이 생겨나는데도 아랑곳없이 「흔들리지 않게」노조결성을 강행한다면 그것은 「참교육」이 아닌 거짓교육일 수밖에 없다.
학생들을 담보로 교육을 미끼로해서 벌이는 정치투쟁, 이권투쟁일수밖에 없다는 사회적 지탄을 받지않기 위해서라도 노조운동은 일단속도를 멈추어야 한다. 참교육을 주장하는 건전한 교육단체로서 문교당국과의 대화를 통해 자신들의 목표를 관철하는 교육자적 자세로 돌아가야 한다.
한달동안의 전교조투쟁으로 이미 정부와 전교조간에는 높은 장벽이 쌓여졌다. 어느 쪽이 먼저 대화의 손길을 내미냐는 체면의 문제로 무너져가는 2세교육의 현장을 방치해서는 안된다. 서로 앞서 징계와 강행의 노선을 중단하고 대화의 자리를 만들어야 한다.
정치권 또한 지금까지 보여온 불간섭의 어중간한 입장에서 벗어나 위기에 처한 교육국면을 어떻게 해소하느냐에 적극 개입해야 한다. 국회의 중재로 문교당국과 전교조간의 대화채널이 열릴 수 있는 적극적 자세 또한 검토할 만하다. 그것도 할 수 없다면 이미 상정되어 있는 교육법개정안에 대한 확실한 당론설정과 토의를 통해 어떤 형태로든 교원노조의 적법성 여부를 판가름하는 최소한의 성의라도 보여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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