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미군철수 "아직은 빠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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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국방당국은 그간 의회·학계일각에서 간헐적으로 제기돼온 주한미군 철수·감축문제가 6월초 미상원군사위의 재래식전력 및 동맹방위소위위원장「칼·래빈」의원에 의해 구체화되고 김대중 평민당총재가 이를 긍정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나서는 등 한미양국 모두에서 현안으로 떠오르자 대책수립에 부심하고 있다.
우리 국방당국은 물론 이같은 논의를『올게 왔구나』하는 식으로 받아들이면서도 예상보다 빨리 불어닥친데 대해 적잖이 당황하고 있다.
우리의 급속한 경제성장과 점차 고조되는 철군요구, 미국의 재정적자 및 국방비 삭감추세 등에 비추어 주한미군의 감축 또는 철수가「언젠가」는 불가피하다고 판단해 온것은 사실이지만 이처럼「조기」에 구체화된 점은 낭패가 아닐 수 없는 일이다.
지난 1월 한반도안보상황과 미군의 전진배치 변화 여지 등을 파악키 위해 직접 극동을 방문했던「래빈」의원의 보고서내용의 기본은 현재 4만3천명의 주한미군을 5년 내에 단계적으로 감축, 1개여단(1만명)수준으로 하자는 것이다.
「래빈」의원은 이같은 구상을 방위비승인 법안에 대한 수정안 형식으로 제출할 계획이라고 밝히고 있어 이안이 채택될 경우 법적 구속력은 없더라도 미국조야에 상당한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있을 제21차 한미연례안보협의회의(SCM·7월)를 비롯, 주한미군 철수·감축논의는 양국정부간에 불가불 주요의제로 다뤄질 것이지만 우리정부의 입장은 확고하다.
한마디로 그럴 수 없고 그래서는 안된다는 얘기다.
북한의 무력남침 기도가 지속되고 동북아에서의 힘의 균형이 보장되지 않는한 주한미군에 대한 어떤 변화도 불가하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주한미군의 영속적 유지를 요구하는 것은 아니며 남북한간의 군사력 균형이 이뤄지는 이후에 이를 검토하자는 주장이다. 또 그 시기를 대략 90년대 후반으로 예측하고 있다.
국방당국의 주한미군 철수를 위한 전제조건은 ①북한이 대남무력 적화전략을 완전포기하고 평화정착을 위한 제도적 장치마련과 ②미군의 철수에 상응한 대체전력의 우선적 확보로 군사균형에 이상이 없어야 하고 ⑧주한미군문제에 관한한 한미양국정부간의 충분한 사전협의와 완전한 합의 등으로 요약된다.
군관계자들은 국내의 감상적 통일론자들이나 일부 민족자존의 입장에서 제기하고 있는 주한미군 철수주장이 국가의 안전보장을 담보로 하고 있음을 강조하면서 만약 한반도에서 미군이 빠져나갈 경우 힘의 공백을 메우기 위한 또다른 세력의 개입은 충분히 예상되는 일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군관계자들이 우려하는 것은 이같은 군사적 위협뿐만이 아니다.
이들은 미군이 5년 내에 철수할 경우 이를 보충키 위해 현재 GNP의 5%선인 국방비가 8%수준으로 대폭 증액이 따른다고 밝히고 있다.
88년 기준 GNP 5%는 국가예산 32.8%인 5조7천3백억원이며 GNP 8%를 가정하면 국가예산의 48.4%인 8조4천4백88억원이라고 설명한다.
이처럼 엄청난 예산의 추가소요는 우리가 전적으로 미군에 의존하고 있는 조기경보체제, 특히 군사위성 발사 및 운용 등에 필요한 1백억달러 이상의 비용과 신무기 도입에 필요한 금액이라는 것이다.
군관계자들은 비용도 비용이려니와 이를 개발·실전배치할 과학기술 수준도 당장은 어찌할 수 없는 현실에서 어떻게 국가방위를 기대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하면서 신무기 체제 및 확보와 함께 군의 정예화와 추가법력소요대체를 의한 변사들의 복무기간도 현행 30개월을 50개월 이상으로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복무기간이 7년으로 된 북한병력구성과 규모에 대응키 위한 최소한이라는 것이다.
군의 한 고위관계자는『조기경보기(AWACS)등이 없는 방어체제는 무의미하다』고 강조,『미군의 지원 없이는 북한의 남침이 있더라도 그 막강한 특전부대조차 연병장에서 태권도연습이나 하는 신세가 될 것』이라고 우려를 표시하는 실정이다.
국방당국은 이같이 엄청난 인적·물적 자원이 군사력 확보에 투입될 경우 지금까지와 같은 경제발전은 도저히 기대할 수 없으며 안보위험 심리에 따른 마이너스 효과도 상당하다고 주장하면서 여야·국민 모두의 일치된 대응 노력이 경주돼야 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군관계자들은 최악의 경우 미국측이 해·공군과 상징적으로 1개 대대의 육군병력만을 남긴채 철수할 여지도 전혀 배제할 수 없음을 상기시키면서 안보외교노력의 배가와 함께 더이상 철군압력에 따른 미군수뇌부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우리정부의 방위비 분담을 늘려갈 계획도 하고있다. <김현종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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