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사 월드컵 편성 개최국 독일의 두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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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KBS.MBC.SBS가 월드컵 관련 방송을 개최국인 독일보다도 두 배 이상 내보내면서 예선리그까지만 600억 원이 넘는 광고 수입을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한나라당 정종복 의원은 27일 "방송 3사의 월드컵 프로그램 편성비율(6월9~23일분)은 SBS 46.4%, MBC 43.4%, KBS2 38.5%로 조사됐다"며 "이는 독일 공영방송(ZDF)의 19.6%나 일본 공영방송 NHK의 14.06%에 비해 두세 배 높은 수치"라고 지적했다. 같은 기간 방송 3사 메인 뉴스에서 월드컵 기사가 차지한 비율은 SBS(60.8%), MBC (56.0%), KBS(39.5%)였다고 한다. 정의원은 "스포츠 뉴스라 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라고 말했다.

그간 국내 방송사들의 월드컵 프로그램 과잉 편성, '붕어빵 중계'에 대해선 비판의 목소리가 쏟아져 왔다. 방송사들은 한국전은 말할 것도 없고, 다른 나라 경기도 동시에 중계했다. 특히 광고가 몰릴 만한 경기만 중복 방송해 시청자들은 같은 시간에 열리는 다른 경기는 볼 수 없었다. 세계에서 유례가 없는 중계 방식이다.

6월10일부터 23일까지 방송위원회엔 월드컵 과잉 편성에 대한 시청자 불만이 26건 접수됐다. 이에 따라 방송위는 방송 3사에 월드컵 관련 프로그램의 편중을 자제해달라는 협조 공문을 보냈으나 막상 이에 대한 조사나 분석은 하지 않았다.

정종복 의원은 "방송 3사가 언론과 여론의 비난을 뒤로 한 채 월드컵에 올인 한 건 광고 수익에 혈안이 됐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중계권료를 충당하고 한 몫 챙기기 위한 목적이었다는 얘기다. 정 의원은 "월드컵 분위기 조성이나 국민의 열기를 방송을 통해서 전달하는 것도 좋지만 이번 방송사들의 행태는 도를 넘어 애국심을 돈벌이 수단으로 악용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개탄했다. 그는 "방송위원회는 시청자들의 채널 선택권을 침해하는 이런 행위에 대해 강력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의원에 따르면 23일 현재 KBS 160억 원, MBC 240억 원, SBS 210억 원 등 지상파 방송 3사는 모두 610억 원의 광고 수입을 올렸다. 대신 이들이 국제축구연맹(FIFA)에 중계권료로 지불한 돈은 KBS 110억 원, MBC 82억 5000만 원, SBS 82억 5000만 원(세금 포함)이다. 제작비로는 각각 60억 원을 사용한 것으로 예측된다(2002년 기준 추산). 액면 상으로만 볼 때 방송사들은 155억 원 남짓의 이익을 올린 셈이다.

정의원은 "한국팀이 16강에 올라야 겨우 본전을 맞추고 제 비용을 충당할 수 있다는 방송사들의 주장은 엄살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수수료 빼면 수익 크게 줄어"=이에 대해 한국방송광고공사 관계자는 "610억 원은 예선리그까지의 총 광고 판매 금액이며, 3개 방송사는 여기서 수탁 수수료(14%), 방송발전기금(4%) 등을 떼고 가져간다"고 밝혔다. 따라서 방송사의 실제 수익은 크게 낮아진다는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또 "현재도 월드컵이 진행 중이기 때문에 결승전이 끝나는 7월 10일이 지나 중순께나 되야 방송사의 실제 수익을 정확히 집계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상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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