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아픈 매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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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사랑하는 나의 딸, 아름다움아!
곤히 잠든 너를 바로 누이다 붉게 부르튼 엉덩이를 보고 엄마는 가슴이 아팠단다. 아무래도 오늘 네게 가한 체벌엔 엄마의 감정이 섞여 있었어.
이제 겨우 일곱 살 된 네게 무엇이든 완전을 요구하는 어리석은 엄마라니…·.
입으로는 교육을 내세우며 엄마의 규칙을 딱 정해놓고 그것을 네가 해내지 못할 때는 너의 감정이라든지, 나이 따윈 다 무시해버리는 엄마의 독선이 어린 네게 얼마나 상처가 되었을까.
사실 엄마는 착각에 빠져 있었단다. 너의 엄마로서 상당히 훌륭하고 너는 이 엄마에게 전혀 불만이, 없을거라는 생각. 그런데 오늘 그것이 완전히 엄마의 착각이라는걸 알았어.
피아노학원 갈 시간에 너는 굳이 얇은 새 스타킹을 신겠다며 찾아달라고 우겼고 빨래중이던 엄마는 몇번의 대답 끝에 화가 솟구친거야. 엄마가 네게 회초리를 댄 이유는 좋았지. 네 물건도 네가 찾아신지 못하느냐, 중요한 일과 중요하지 않은 일의 구별을 못하느냐등등.
그러나 엄마는 실수를 했어. 잘못한만큼의 벌이 아닌 엄마의 화풀이를 네게 했던거야.
아름다움아.
엄마가 정말 부끄럽구나. 오늘 네게 입힌 상처를 용서해주렴. 마치 무엇이든 잘하고 완전해야만 부모의 사랑을 받는거라는 식의 꾸지람을 말이야.
아름다움아! 엄마는 알고 있단다. 네가 이다음에 어떤 곤경에 처해 있을 때라도 엄마의 사랑과 도움이 생각나게끔 해야한다는것도 알고 있단다. 네가 아무리 어리지만 네게도 자존심과 인격이 있고 그것을 존중해 주어야한다는 것을‥‥.
엄마도 오늘 이 시간부터 엄마의 인내에 대한 수양을 쌓아야겠다.<경기도안양시호계2동강남1차아파트가동20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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