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위 주동자 검거 선풍|북경 강경파 대세 장악한 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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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북경=박병석 특파원】북경시의 혼란이 수습 기미를 보이고 「리펑」 (이붕) 수상·「양상쿤」 (양상곤) 국가 주석 등 강경파들이 대세를 장악하고 있는 가운데 시위 학생 지도자인 북경 대학생 「리우 시아보」가 체포된 것으로 전해지는 등 반 혁명 분자에 대한 검거 선풍이 불고 있다. <관계 기사 3, 4면>
총상설이 나돌던 이붕 수상은 8일 오전 전인대 상무위 부주석 「왕전」 (왕진)과 함께 인민대회당으로 보이는 실내에서 「당 중앙 및 국무원을 대표」해 계엄 장병들을 위로, 격려하는 모습이 북경 중앙 TV에 방영됨으로써 강경파들이 대세를 장악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군의 강경 진압으로 분열을 일으킨 군부는 9일 인민 해방군 7대 군구 중 북경·심양·제남·광주·남경 군구 등 5개 군구와 제2포병 (미사일 부대)이 「당 중앙·국무원·중앙 군위의 반혁명 폭란에 대한 진압 조치 지지」를 표명했다고 9일 북경 중앙 라디오가 보도함으로써 「이·양 집단」에 대한 충성을 나타냈다.
이 라디오는 또 요령성·하북성 등 3개 성·구가 「이·양 집단」에 대한 지지와 「반혁명 폭란」에 대한 단호한 조치를 밝혔다고 말했다.
한편 북경시 정부와 계엄군 지휘부는 계엄포고령 11호를 발표, 대학 구내 진입은 물론 주택가 등에서 학생 시위 주동자 등 「반혁명 폭란」 주동자들의 대량 검거에 나서며 주민들의 신고를 촉구했다.
【북경 로이터·UPI=연합】지난 주말 유혈 사태 이후 혼미를 거듭해온 중국 정정은 8일 군의 강경 진압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리펑」 (이붕) 수상이 사태 발발 이후 최고 지도자로서는 처음으로 공석상에 모습을 나타내는 등 강경파가 대세를 장악한 것으로 보여지는 가운데 북경 중심부에 배치된 계엄군의 교체와 당국의 대민 선무책으로 시민들의 생활이 정상화돼 가는 등 점차 진정 기미를 보이고 있다.
중국 당국은 이와 함께 이날 당과 정부 (국무원)·계엄 당국의 포고 등을 통해 학생과 노조 지도자 등 「반혁명 분자」에 대한 일체 검거령을 선포함으로써 사태를 마무리짓기 위한 대대적인 당 내외 숙정 작업이 시작됐음을 시사했다.
그러나 수도 북경 지역의 진정 기미와는 반대로 상해와 서안·성도·남경 등 지방 주요 도시에서는 이날도 반정부 소요 사태가 벌어진 것으로 전해졌는데 북경의 서방 소식통들과 외교관들은 중국 사태가 아직 예측불능의 혼미 상태를 보이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한편 북경 지역은 이날 유혈 진압을 단행해 국민들로부터 원성이 높은 27군 병력이 중심부 천안문 광장으로부터 철수하고 새로운 부대가 진주했으며 대중 교통 수단이 다시 운행되고 일부 식품 가게가 문을 여는 등 도시 기능이 점차 정상화 돼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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