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중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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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북경 천안문 광장엔 모택동의 초상화가 걸려 있다. 최근 학생들 시위 중에 페인트 세례를 받아 얼룩졌던 그림이다. 대문짝보다도 더 큰 그 얼굴이 혁명가 아닌 인자한 사람의 표정을 하고 있는 것은 아이러니다.
바로 그 모택동이 공산당 게릴라 운동을 하며 동료들을 격려했던 독한 말이 있다. 『정권은 총구로부터 나온다』는 이른바 「타천하」주장이다.
모택동 전기를 보면 젊은 시절 장사의 어느 다방에서 동료들과 토론을 하며 모가 장차 대통령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묻는 대목이 나온다.
『정치가는 투쟁해야 한다. 정치가는 겁 없이 공격해야 한다.…반대자들을 모조리 이겨내야 한다. 방해자는 모조리 때려 부숴야 하고, 무슨 짓을 해서든 이겨내야 한다. 때로는 사람을 죽여야 하고 무자비한 살인자도 되어야 한다』
엊그제 천안문 광장에서 벌어진 처참한 살육극은 바로 모택동이 유리관 속에서 일어나 학생시위 현장에서 진압 총 지휘라도 한 것 같다.
등소평은 모의 「타천하」식 정치로는 더 이상 중국을 다스릴 수 없다는 이른바 흑묘백묘의 정치신념으로 집권한 지도자다. 그러나 여전히 자유가 없는 천하는 죽음을 무릅쓴 민주화 요구 시위로 넘치게 되었다. 등소평도 결국 모처럼 탱크로 밀어붙이고 무차별 사격으로 자신의 정권을 지키지 않으면 안 되는 집권자가 되고 말았다.
외신은 적어도 1천4백 명에서 3천명 사망설까지 타전하고 있다. 어느 쪽이든 우리는 남다른 전율을 느끼게 된다.
TV화면에 비친 천안문 현장의 광경은 처절하기 보다 강렬한 시민들의 모습에 숙연해 지기까지 한다. 탱크에 불을 지르는 젊은이들, 부상자와 사망자들을 들것에, 혹은 나무 벤치에 그대로 누인 채 맹렬히 달려가는 모습들은 중국 인민들의 민주화 요구가 얼마나 강렬한 것인가를 실감하게 한다.
얼굴이 클로스 업된 어느 청년의 눈에선 눈물이 주르르 흐르고 있었다.
아! 북경, 오! 중국.
우리는 그 이상 할말이 없다. 오늘의 중국 집권자들이 중국의 천하대란을 잠재울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총구 아닌 민주화 실천 밖에 없다. 그런 결단이 없이는 중국의 비극은 끝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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